울산은 지난 60년간 조선,자동차, 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주력산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적 공업도시로 도약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관기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울산의 산업구조는 주력산업의 성장세에 발맞춰 큰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위기에 약한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큰 성공에 익숙해진 나머지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무관심했고, 주력산업이 어려움에 빠지자 연계산업까지 위기를 맞으며 도시 전체가 고통을 겪었다. 울산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수소산업, 바이오메디컬 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울산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울산이 다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창업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강소기업들이 지역에 자리 잡고, 미래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적절한 지원과 투자로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제도가 마련될 때 가능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벨리,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 영국 케임브리지의 사이언스파크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혁신창업도시의 좋은 사례다. 이들 지역은 뛰어난 연구력을 가진 대학, 연구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해 성공적으로 창업생태계를 구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도시에선 혁신적인 연구가 생산되면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해 이를 창업과 기술사업화로 이어나간다. 이렇게 형성된 기업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부를 창출하고,이렇게 형성된 부는 다시 지역과 연구에 재투자된다.
울산도 적극적인 창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이들 도시와 같이 혁신창업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창업생태계가 건강한 도시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기업들이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에 나선다. 주력산업들과 더불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강소기업들이 자리잡게 된다면 울산은 더욱 건강한 산업구조를 가진 튼튼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UNIST는 울산이 혁신창업도시로 변모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자 한다.
과거 대기업의 생산기지였던 울산에는 연구개발을 위한 기관이 전무했다. 110만 인구의 광역시임에도 4년제 종합대학은 1곳에 불과했다. 뛰어난 연구기관, 교육기관에 대한 울산시민의 갈망은 그래서 더 컸다. 울산시민의 염원을 모아 설립된 UNIST는 2009년 개교 이래 지난 10년간 산업수도 울산에 걸맞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수한 교원의 유치를 위해 힘썼고,첨단연구 장비를 중앙 집중화해 효율을 높였다. 이는 모두 높은 질의 연구를 배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UNIST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연구의 질적 우수성을 인정받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질적 연구에 대한 추구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연구로 이어졌다. 바닷물로 전기를 충전하는 해수전지, 인공지능 시대를 견인할 신경망 반도체칩 유니브레인(UniBrain) 연구 등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기술로 주목받으며 UNIST 연구 경쟁력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연구는 실험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UNIST는 대학에서 생산된 혁신기술이 적극적인 창업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껏 대학의 연구는 논문을 쓰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UNIST는 실험실에서 탄생한 혁신기술이 그 담을 넘어 시민들에게 향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유망한 기술을 선별해 창업을 장려하고,단계별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각종 창업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실제 UNIST에는 교원창업기업 37개사, 학생창업기업 45개사 등 82개의 신생기업이 운영 중이다. 이중에는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최근 상장전 투자로 225억원을 유치한 UNIST 1호 벤처기업 클리노믹스가 대표적이다.
세계적 게놈분석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37명을 고용해 2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성공적 투자유치를 기반으로, 2020년 기술특례상장, 2022년 매출 1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리노믹스의 성공은 혁신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놈분야 이외에도 현재 많은 기술과 연구가 지역과 밀착해 성장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혁신 신산업을 창출할 울산의 창업생태계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성공은 다른 성공의 씨앗이 될 것이고,하나 둘 쌓인 성과들은 더욱 튼튼한 구조로 울산의 성장을 이끌 것이다. 클리노믹스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다. UNIST와 울산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큰 기대를 걸어도 좋다.
정무영 UNIST 총장
<본 칼럼은 2019년 5월 20일 경상일보 2면에 ‘[특별기고]산업수도 울산, 혁신창업도시로 다시 태어나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