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도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 규모에도 놀랐지만, 전국에서 소방관들이 출동해 대형 산불을 비교적 초기에 진압한 것에 많은 국민이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산불을 재난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산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 관점에서, 산불은 중요한 오염물질 배출원이다. 특히, 산불 장면을 볼 때마다 불완전 연소로 생성된 오염물질과 미세먼지가 대기, 토양, 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건물 화재가 발생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화재로 어떤 오염물질이 발생했는지, 주민 건강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필자가 산불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산림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 연구를 시작하면서다.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한 산림녹화 사업으로 대기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 산불 건수가 증가하고 나무가 많다 보니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이 많아졌다.
특히, 2000년에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필자는 산불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불에서는 연기가 많이 나오는데 상당량이 미세먼지다. 더구나 유기물질의 불완전 연소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다이옥신(PCDD/Fs)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도 상당량 배출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산불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에 관한 연구 사례가 별로 없다.
2013년 3월에는 울주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50㏊를 태우고 진화됐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산불 발생 후에 주기적으로 산불 지점에 방문해 소나무 껍질, 재, 토양 시료를 채취해 유기탄소량과 PAHs 등을 분석했다.
이 연구를 통해 산불 초기에 발생한 다량의 PAHs가 미세먼지 형태로 대기 중으로 흩날리기도 하지만, 불에 탄 나무껍질, 재, 토양에 상당량이 남아 있고, 비가 오면 산 아래로 유실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산불을 통해 오염물질이 태화강으로 직접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산불로 발생한 독성물질이 하천과 호소를 오염시키고 생물에 축적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됐다. 이를 전문 용어로 비점오염이라고 한다. 토양이나 도로변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비가 많이 오면 지표유출이나 침투유출을 통해 수계로 유입되는 현상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이 황폐해져 토사 유출이 심해지고 오염물질이 수계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오염물질이 어류와 저서생물 체내에 축적되고 음식을 통해 사람 몸으로 들어온다.
한편,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소방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진화에 참여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호흡을 통해 오염물질에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산불 연기를 직간접적으로 흡입하는 것은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산불이 아니라도 화재가 발생하면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폐목재, 타이어, 비닐, 플라스틱 제품을 농업 부산물과 함께 태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시골에서 온갖 쓰레기를 함께 소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때 산불 연기보다 훨씬 유독한 연기가 나온다. 불법 소각 여부를 떠나서 주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불법 소각으로 배출된 오염물질은 주변 농토와 농작물에 침적되고, 먹이 사슬을 통해 다시 인체로 유입되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시골이나 산악지역에서는 산불이나 농업 연소에 의한 오염물질 배출이 상당하다. 한편, 도심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식당가 직화구이와 같은 생물성 연소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무시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무엇이라도 태우면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결국 공기와 음식을 통해서 우리 몸으로 다시 들어온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6월 20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 산불과 환경오염’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