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울산에서는 대기환경 분야 특히, 미세먼지와 독성물질의 발생, 이동, 건강 영향에 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울산에 살면서 환경오염을 절감하는 경우가 또 하나 있다. 바로 국가산단 근처를 지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악취다. 극미량 독성물질은 중장기적으로 치명적인 건강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농도가 너무 낮으므로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나도 모르게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나 악취물질은 독성이 다소 낮더라도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도 강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즉시 불쾌감을 유발한다.
악취방지법 제1장 제2조에 의하면 ‘악취란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그 밖에 자극성이 있는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여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를 말한다. 환경부는 악취의 원인이 되는 22종 화학물질을 지정악취물질로 정하고, 사업장 부지경계선에서 채취한 대기 시료 중 개별 물질의 배출허용기준농도를 설정하였다. 악취가 단일물질이 아닌 여러 물질이 혼합되어 발생하면, 배출구와 부지경계선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공기희석관능법을 이용하여 복합악취의 희석배수를 산정한다.
울산시는 악취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악취저감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등 악취민원 해결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악취모니터링시스템을 14곳에 설치하여 대표적인 악취물질을 분석하고, 무인악취포집기 30개를 활용하여 악취민원 시 즉각적인 시료채취와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악취와 유해대기오염물질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한 질량분석기를 도입하여 울산광역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동형 유해대기 측정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울산시 환경직 공무원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울산시에 접수된 악취민원은 287건으로 작년 대비 소폭 증가하였다. 악취는 노력 대비 성과가 별로 없는 난제다. 우선, 악취는 매우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공해다. 내가 뿌린 향수가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이것이 바로 악취다. 그러므로 주관적으로 불쾌한 냄새라고 느끼면 바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악취는 배출원과 기상조건에 따라 순간적으로 발생하므로 악취민원을 접수한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하면 악취가 사라진 경우가 다반사다. 악취물질이 너무 다양하므로 22종 지정악취물질을 관리해도 여전히 다양한 악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화학분석장비와 대기 모델링 기술이 발전하여 낮은 농도의 미량 오염물질을 찾아내고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환경분석기술이 발전했는데 여전히 울산의 악취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악취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울산에는 악취를 유발하는 업체가 너무 많으므로 악취 사고가 발생해도 배출업체를 특정하기 어렵다. 악취배출원이 부지경계와 굴뚝만이 아닌 온갖 비점오염 형태인 경우가 많다 보니, 악취배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업체의 자발적인 모니터링과 저감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울산시에서 행정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였으나, 과학적인 자료축적과 해석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재의 인력과 장비로 대응하기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수도 울산에서 악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도 없을 듯하다. 대기환경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연구직 공무원 인원을 대폭 보강하여 제대로 연구할 여건을 만들어 주면 울산의 악취 문제 해결은 시간문제다. 단, 연구는 좋은 장비만 갖춘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고 이들에게 연구에 집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8월 8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 울산에서 악취 문제 해결하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