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왔다고 선언한 이후,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회의 문을 열게 되었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1년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Industrie) 4.0’을 선언하고 물리적 사이버 세계를 융합한 CPS(cyber physical system)의 활용으로 제조 혁신을 이뤘고 독일이 제조강국임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로 이어지는 모빌리티(Mobility) 혁신과 정밀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가장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는 부문이 교육과 정치이다. 민주주의도 4.0의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사전회의에서 유럽 국가의 간부 한 사람이 인더스트리 4.0이 한창 진행되는 이 시대에 민주주의 4.0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말을 했던 게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를 말한다고 한다. 정치에 문외한이 민주주의 자체를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 성설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스에서 태동한 민주주의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유럽에서 의회주의가 탄생하였고 이제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민중의 의사와 의견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대가 되었다.
성장하게 되면 부작용도 생기게 되는 법이다. 이러한 실시간 대중 피드백이 특정 조직에 의해 왜곡되거나 넘쳐나는 정보 홍수에 의해서 시민에게 비판적 사고능력을 잃어버리게 하는 요인으로 되고 있다.
여론조사도 한몫을 한다. 여론조사는 소수 표본 모집의 의견을 통계처리로 전체의 성향을 예측하는 것이므로 실제 현상과는 괴리가 있을 여지가 있다. 반면 빅데이터는 수집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의견을 도출한다.
선거의 투표제도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 투표 제도에서는 찬성·반대의 이원법만 요구되기 때문에 흑백 논리가 여전히 판을 친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되는 사상적 이념적 선동에 의한 일방적인 설명과 집단행동을 강요받게 된다. 집권당의 무리한 논리도 야당의 무리수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하더라도 ○×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민주주의 4.0은 어떤 모습일까? 초기 민주주의 시대 (민주주의 2.0이라고 하자) 노예는 일방적으로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는 수행자였고 의사결정권이 없었는데 미국 독립전쟁 이후 표현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기계가 지능을 가지므로 기계가 프로그래머의 명령을 수행하는 노예를 벗어나서 의사 결정에 한몫을 할 때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어 그 속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혁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가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나 글의 의견도 반영되어 좀 더 세심한 의견 개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보면 나라의 경제는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국제 경쟁은 점점 심화되는데 이념주의 선전 주의에 휩싸여 정말 국민이 주권을 가진 국민을 위한 정치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한 온갖 수단을 다 활용하고 ○×를 위한 선동과 주장이 난무한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의심이 간다. 국민의 심판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면서도 진정 국민의 마음을 일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 하나의 딜레마가 뇌리를 스친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반드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일까? 소수이지만 혁신적인 국민을 위한 리더십은 어떻게 수용하고 실행에 옮겨질까?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 4.0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김동섭 UNIST 교수·경영공학부 학부장·4차산업혁신연구소장
<본 칼럼은 2019년 10월 15일 국제신문 26면 ‘[과학에세이] ‘AI 시대’ 민주주의도 혁신하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