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작년 12월, 6개 지역을 창업 촉진 지구로 고시했다. 산업별로 서면·문현 지구(블록체인·금융), 부산역·중앙동 지구(서비스·물류·전자상거래·해운·항만) 등이다. 총면적 2833만㎡로서 여의도 면적에 10배에 달한다. 기술 창업의 촉진과 활성화, 민간 창업 생태계 지원,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부산은 이미 에코델타시티, 해양 스마트시티, 문현 지구의 핀테크· 블록체인 사업 등을 통해 4차 산업 혁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지정된 창업 촉진 지구가 부산의 4차 산업 혁명화를 더욱더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CT(정보통신기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사람, 기계, 산업이 초연결되고, 지능화되는 데 있다. 3차 산업혁명에서 이미 시작된 ICT화는 더 고도화돼, 다른 기술·산업과 융합되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가세해,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 혹은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단순히 비즈니스의 컴퓨터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부산의 경우, 전통적인 인력 중심의 고비용 서비스 산업구조가 빅데이터, AI, 로봇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하여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마치 제조업이 ‘스마트 팩토리화’ 하듯, 서비스업도 ‘스마트 서비스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화가 앞선 곳은 경제가 성장하고 늦은 곳은 침체하고 있다. 경기도는 2000년대 중반부터 다른 지역에 앞서 디지털화에 착수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2014~2018년) 지역 총생산(GRDP)의 총액 및 성장률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조선, 자동차 산업으로 우리나라 산업화를 주도했던 울산은 탈산업화, 디지털화가 늦어 같은 기간 GRDP 평균 성장률이 0.2%로 경기도(5.2%)보다 한참 뒤진다. 부산도 2.4%로 전국 평균(2.8%)에 못 미친다. 두 도시 모두 디지털화에 뒤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가운데 부산이 산업별 창업 촉진 지구를 지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부산의 창업 촉진 지구가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이 또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판교는 ICT, 인공지능, 빅데이터 중심의 1, 2차 테크노밸리 성공에 힘입어, 이제 핀테크, 블록체인 중심의 3차 단지를 2022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그래서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 만의 지역 총생산이 부산, 인천과 맞먹고 있다.
그러나 창업 촉진 지구 지정만으로 창업이 촉진되는 건 아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기본이 되는 디지털 지식과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업 정신을 겸비해야 한다. 창업 정신은 넓게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업가 정신을 말하기도 한다. 경영학의 대가인 드러커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가 기업가 정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의 창업 촉진 지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디지털 역량과 기업가 정신을 갖춘 창업 인재의 양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인재 육성은 부산시가 지방정부로서 주도해야 할 일이다. 부산이 인재 육성에 좋은 여건을 가진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근접한 판교는 인재가 유입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의 적극적 정책지원도 성공 요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로 온라인 대중 강의(MOOC)형태의 교육을 고려할 만하다. 부산시가 인공지능, 기업가 정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역량을 증진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제공해 대중 교육을 시도했으면 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글로벌 TOP 5 창업 도시’를 목표로 창업 혁신 인재 1만 명을 육성한다고 한다. 부산시도 ‘목표’를 세워 창업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부산에 창업 분위기를 확산해야 할 것이다.
지금 침체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면 기업가 정신의 회복이 절실하다. 기업가 정신은 위험 부담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감당할 만한’ 위험마저 회피하고 있다.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많은 청년이 지자체에서 주는 현금 복지에 익숙해져 간다. 우리나라를 산업화로 이끌었던 도전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 우리는 1990년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구호 아래 일본보다 앞서 정보화에 성공했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유행하고 있는 지금, 기업들의 어려움은 설상가상이다. 하지만 위기에 강했던 우리 민족의 기업가 정신이 다시 한번 살아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부산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본 칼럼은 2020년 3월 10일 부산일보 22면 ‘[중앙로365] ‘창업 정신’ 촉진이 우선이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