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선언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라고 강조하고 “5G 인프라 조기 구축과 데이터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디지털 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부 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시도 울산형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하여 국가산단의 지하 배관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국가산단 지하 배관 스마트 안전망 구축 사업’ 추진을 발표하며 국가 정책과 발맞추고 있다.
울산시의 지하 배관 스마트 안전망 구축 사업 추진은 안전한 울산을 위해 적극 환영할 일이지만 울산시 전체를 아우르는 도시관리 차원에서의 디지털 전환 구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하 배관 스마트 안전망 구축 사업’은 현실 세계의 상황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로 구현하여 관리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일종인데, 디지털 트윈은 지하 배관뿐 아니라 기계, 장비, 건축물, 시설물 및 도시 전체로의 적용이 가능하기에 보다 종합적인 디지털 트윈 사업 추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의 사물, 건축물, 시설물 등을 가상세계로 옮기는 3차원지도 구축(3D mapping)기술을 기반으로 IoT센서와 연계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AI 기반의 빅데이터분석 기술,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 VR·AR과 연계한 원격 시설물 운영·관리기술, 5G 기반 통신기술 등이 융합된 통합 플랫폼이다. 따라서 종합적 도시 단위의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 산업도시 울산으로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는 필수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도시 단위 디지털 트윈의 대표 사례로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가 주목받고 있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스마트국가(Smart Nation) 건설을 국가 비전으로 내건 싱가포르가 국토 전체를 디지털로 구현하여 개별 건축물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모니터링하며, 각종 도시개발계획에 대한 시뮬레이션, 지하시설물 관리, 폭염, 풍수해, 화재 등 재난 및 안전관리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시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최근 버추얼 서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세종, 창원 등 주요 도시들도 도시 단위 디지털 트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차원의 디지털 트윈이 구축된다면 도시계획, 재난안전관리를 포함하여 다양한 도시행정 서비스 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도시 곳곳에 설치된 기상센서에서 수집된 기온, 습도, 풍향, 풍속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 상에서 도시 미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폭염위험지역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원격으로 그늘막 설치, 쿨링포그 가동 등 폭염저감시설을 관리하여 시민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 발생 시 풍향 데이터 기반 유출물질의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센싱된 주차 차량 및 교통량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대피 경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경관 시뮬레이션과 시민참여형 도시계획 추진, 대규모 공공시설물에 대한 시설 및 안전관리, VR과 연계한 가상 관광 체험 제공 및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이미 울산의 제조업 분야에서는 스마트공장 사업의 일환으로 공장 내 기계, 장비, 시설에 대한 디지털 트윈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부문이 주축이 되는 스마트공장 디지털 트윈과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을 연계함으로써 제조업 생산성 향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도시서비스 개발과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언택트(비대면) 방식의 비즈니스가 요구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윈을 통한 울산의 도시 혁신 기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5월 22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 산업도시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