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시험마저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이들 대학의 시험에서 채팅방을 통해 정답을 공유한 것이 발각되어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마친 후 대면시험을 진행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숙박비, 교통비, 유증상자 발생으로 인한 격리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온라인 시험의 공정성 시비가 더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 학교는 대면 시험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대부분의 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정했습니다. 대면시험으로만 진행되는 과목이 없을 정도로 방역에 가치를 두었습니다. 타 대학들보다 장학금 등 비용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것이 이런 결정을 가능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공계 대학으로 기술에 친숙하니 온라인으로의 변화에 조금 더 잘 적응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실시간 온라인 시험을 위해 카메라를 이용하는 보안프로그램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 제 과목의 기말 시험이 무효화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50명의 학생이 60개가 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1번 문제에서 오류 메시지가 나오고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중단하고 재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조교들은 미리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객관식 선택지 번호도 무작위로 나타나도록, 카메라로 신분증을 확인하여 대리시험을 막도록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전날 모의 테스트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한 학생이 보안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시험을 보려다가 접속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당황한 조교는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을 했고, 이로 인해 모두가 멈춰버린 것입니다. 이 학생은 2주 전부터 공지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고, 공지된 모의 테스트도 하지 않고 무작정 시작 시간에 들어가지지 않는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미리 보안프로그램이 잘 작동되는지 설치하고 확인하라고 수차례 공지되었습니다. 준비 부족으로 인한 불이익은 당사자가 감수하는 것으로 안내했습니다. 예상에 없던 상황에 당황한 조교는 혹시나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인가 걱정되어 보안프로그램을 확인하다 사단이 난 것이죠.
사실 저도 당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습니다. 3일 전이 되어서야 교수에게 웹캠을 사야하냐고 질문을 보내오기도 하고, 전날 밤에 시험해보니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하다는 문의를 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기존 시험에서 수험표나 컴퓨터용 사인펜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준비물을 준비하는 것은 수험생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필요하면 내 노트북을 빌려주겠다는 답장을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시간 맞춰 시험장에 도착하는 것은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려운 수학공식도 풀어내는 학생들인데 이런 상식적인 것들이 어려울까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몇 년째 출석확인 같은 행정적인 것은 조교에게 확인하고, 공부에 관한 것을 교수에게 질문하라고 공지해도 지키지 않아서 시험범위에 넣고 문제로 출제하기도 합니다.
보안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기면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비정상적인 접속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3명의 학생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접속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접속이 된다며 바로 알리고 중단한 학생도 있었는데, 시험 중단 공지를 알고 나서도 63개의 문제를 모두 열어본 학생도 있었습니다. 컴퓨터 로그에 시간이 모두 기록된 것이죠.
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오류의 원인을 공개하고, 다시 시험을 보느라 계획이 틀어진 학생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보안프로그램의 안정성을 걱정하는 학생이 있으니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몇 명의 학생들과 소통을 시도합니다.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학생의 점수는 감점을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만약 조교가 이 학생이 공지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시험시간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안내했을 것이고, 이로 인한 불이익은 본인이 감수했을 것입니다. 규칙을 따르지 않아 여러 사람이 불편해진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죠. 미안함을 느끼면서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늦게까지 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본 학생들과도 소통을 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한 규칙을 따르지 않았는지 들어본 것이죠. 뒤처지면 어쩌나 조급했던 사람도 있었고, 출제경향을 더 파악하고 싶었다며 욕심이었다는 얘기를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크고 작은 규칙 위반이 뉴스가 됩니다. 아무리 좋은 감시체계를 갖추더라도 어딘가에는 틈이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너무 허술해서 자신만 불이익을 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것도 좋은 체계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새로운 시대에 어디까지가 적당한 선인지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이 혼란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본 칼럼은 2020년 5월 22일 경상일보 19면 ‘[정두영의 마음건강(6)]온라인 시험: 책임감이 더 필요해진 사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