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 서부의 실리콘벨리, 이스라엘의 텔바이브, 독일의 아들러스호프는 모두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과학의 중심지다. 이들 도시는 혁신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산업의 성장과 혁신으로도 이어져 큰 부를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시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에는 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대·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실리콘벨리에는 스탠퍼드대가 위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뛰어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역량 확보가 도시의 성장과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정, 육성하고 있는 ‘강소연구개발특구’ 제도다. 강소연구개발특구는 우수한 역량을 가진 기술핵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주거·산업·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융복합 자족형 혁신연구개발단지를 육성해 도시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울산광역시는 UNIST를 기술핵심기관으로 강소연구개발 특구 지정에 도전했다. 그리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 울산은 최종 선정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이번 강소연구개발특구 선정은 울산의 스마트 산업도시 변모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과 이들 전후방 산업이 밀집해 있는 울산은 혁신적 스마트 산업도시로 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UNIST의 혁신적 연구역량이 융합된다면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UNIST에서 개발되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와 기술들이 지역 산업에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울산의 기존 산업의 혁신과 함께 신산업 발전의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산업혁신에 관련해서는 AI 대학원을 설립하고, AI 혁신파크 조성을 준비하고 있는 UNIST의 AI 기반 혁신 노력을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지역 기업들에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탄탄한 제조 인프라에 혁신 기술을 적용하고, AI를 적용한 첨단 제조시설 구축이 이뤄진다면 제조업 혁신의 선도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울산의 모습을 넘어 앞으로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갈 미래 도시로서의 울산의 모습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기업의 성장은 미래 신산업 성장의 밑바탕이 된다. 최근 UNIST의 기술기반창업기업들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차전지의 용량과 수명을 현저히 개선하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에스엠랩’ 다중오믹스 기반의 질병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리노믹스’ 급속냉각마취기기를 개발하는 ‘리센스메디컬’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비롯한 UNIST의 혁신기술기반 창업기업들의 가치는 현재 3,8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이러한 혁신기술창업을 뒷받침할 특허 등록도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어 현재 UNIST에서는 연간 500여 건 이상의 특허 출원이 이뤄지고 있다.
개교 11년의 젊은 대학에서 배출하고 있는 이런 성과는 강소연구개발특구 선정 이후의 성장 가능성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이번 특구 지정으로 울산은 ‘미포국가산업단지-울산혁신도시-UNIST-KTX역세권’으로 이어지는 동서축을 연결해 첨단산업벨트의 조성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새로운 변화가 도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면서 변화의 폭과 깊이도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소개한 지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혁신적인 대학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교육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 산업의 성장을 이뤄낼 수도 있고, 대학이 배출된 인재들은 지역산업에 기여하거나 새로운 창업에 나설 수도 있다. 이들의 정주여건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문화적 성장의 기회도 마련된다. 변화된 도시의 여건은 다시금 대학의 성장을 이끌게 되는데, 이러한 선순환 과정은 도시가 지속적으로 새롭게 변화해 나가는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번 강소연구개발특구의 지정은 이러한 대학-도시 간 성장 선순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긍정적인 성장의 연결고리가 마련돼 UNIST와 울산이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도시 간 성장모델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이용훈 UNIST 총장
<본 칼럼은 2020년 7월 28일 울산신문 12면 ‘강소연구개발특구, 대학-지역 선순환 성장 시작점’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