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초부터 미국 기상청, NASA 등 해외 기관들은 앞 다퉈 기록적인 더위를 예측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상청도 5월말 이번 여름 전국 폭염일수가 20일 이상일 것이라며, 기록적 폭염을 전망했다. 초여름까지는 이런 전망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 했다. 6월 초 때 이른 폭염이 지속되며 관측사상 가장 많은 폭염일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6월 하순부터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까지 5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장마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왜 이런 예보가 나온 것일까? 사실 해외기관들의 예측은 상당히 정확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전 지구의 평균온도는 1880년 관측 시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 지구의 평균온도가 높은 만큼, 세계 도처에 폭염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제는 이들 예측기관의 예측모델이 세부지역에 대한 예보나, 장기예보까지는 정확히 수행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에 길게 이어지고 있는 장마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부에선 기후변화나 북극의 온난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북극의 온난화가 심하지 않았던 1998년과 2006년에도 올해만큼 긴 장마가 있었다. 이번 장마가 자연현상의 변동 범위를 넘어선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거나,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단순히 이야기할 순 없다.
UNIST 폭염연구센터는 1998년과 올해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 중이다. 두 경우 모두 직전 겨울 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한 엘니뇨의 영향이 인도양의 비구름대 발생에 영향을 주었고, 비구름대가 발생하면서 발생하는 대기의 파동에너지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까지 영향을 주는 원격상관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선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의 기상예보는 수치예보를 기반으로 한다. 날씨를 결정하는 요소들로 방정식을 만들고, 이를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기의 초기 상태를 정확하게 입력하기 어렵다. 예측의 정확도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발달하는 구름이 어느 정도의 물이나 얼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초기자료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그 관측이 매우 어렵다. 둘째, 날씨 방정식이 완벽하지 않다. 날씨를 결정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러 근사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셋째, 슈퍼컴퓨터 모델의 공간 해상도 문제다. 날씨 예측 데이터의 해상도는 현재 10㎞ 수준으로, 울산은 몇 개의 점으로만 표시된다. 이는 각 지역의 다양한 현상을 담기엔 충분치 않다. 물론 관측기술과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발전하고 있고, 예측은 더 정확해질 것이다.
20세기 초 스웨덴의 과학자 아레니우스는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처음 주창하면서, 이는 동토로 덮인 스웨덴의 토지를 비옥하게 하고 농산물 생산량을 늘릴 축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지구기온의 상승은 여러 가지 기상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기상예측은 기상재난 상황 대비의 첫 단계로 그 의미가 크다. 선진국은 이를 위해 더욱 발전된 수치 예측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기상·기후 전문 인력과 산업육성에 힘쓰고 있다.
당장에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도 향후 수십 년 간 우리는 기후변화와 기상재해가 빈발하는 기후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중장기 행동계획을 면밀히 수립해나가야 한다. 앞으로 발생할 다양한 재난 가능성을 살피고 대비할 때다.
이명인 UNIST 폭염연구센터장
<본 칼럼은 2020년 8월 27일 경상일보 15면 ‘역대급 폭염이라더니, 역대급 오보인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