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都市)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고을(도읍)을 의미하는 도(都)와 시장을 의미하는 시(市)가 합쳐진 용어이다. 형태적으로는 다수의 인구가 모여서 거주하는 고밀의 성읍, 기능적으로는 상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결합된 공간을 도시라 지칭한 것이다. 성읍 형태(form)와 시장 기능(function)은 서양의 도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대 도시에서는 성곽 대신 고밀화된 토지이용 정도에 따라 도시의 경계가 형성되고, 시장 기능은 다양한 산업이 공존하며 복잡화된 점이 달라졌지만, 형태와 기능 중심의 도시의 정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도시의 형태와 기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물리적 요소는 토지이용과 교통이다. 토지를 어떠한 밀도와 용도로 이용할 것인지가 도시의 형태와 기능을 결정하며, 파편적인 토지이용들을 서로 이어주고 하나의 도시 내에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교통의 역할이다.
기능과 형태 중심의 도시의 정의를 고려할 때, 도시의 미래는 도시가 어떠한 형태(urban form)로 변해갈 것인지와 어떠한 기능(urban function)을 담을 것인지에 대한 토지이용과 교통계획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물리적 계획(physical planning) 방안들이 도시의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모두 직접 해결할 수는 없지만, 뉴어바니즘 도시계획가나 건축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물리적 도시계획 없이는 도시 문제 해결이 담보될 수 없다. 즉, 도시의 물리적 체계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인지하고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토지이용 관점에서 볼 때 울산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인해 기성시가지와 울주군 및 북구의 외곽지역이 단절되어 있는 형상이며, 개발제한구역 안측의 가용토지가 부족하여 개발제한구역 외곽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이 우후죽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울산 외곽지 도시개발사업은 인근 산업단지 종사자들을 위한 주거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시 외곽지역 개발은 기본적으로 장거리 통근 통행을 유발하며,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진척되면 일본의 많은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동화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필연적으로 나타나며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을 증가시킨다. 즉,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건설 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현재 다수의 도시개발사업들이 울산 외곽 지역에서 용인이 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기성시가지 내의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노후화된 주거지역을 정비하고 압축 도시로서 울산의 도시형태를 가져가기 위한 토지이용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외곽지역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토지이용규제와 기성시가지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개발제한구역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가 가능한 도시계획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교통 관점에서 울산은 현재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도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트램 도입과 광역철도 확충을 뒤늦게 추진하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미래 울산은 철도를 중심으로 기성시가지와 외곽의 특정 중심지(예: 울산 KTX 역세권), 인근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교통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들은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재편하고 도시의 도로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보행공간으로 돌려주어 자동차는 불편하고 시민들은 걷기 좋은 도시로 바꾸어 가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면 울산도 교통 정책의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울산의 미래는 도시의 기능적, 형태적 관점에서 제대로 준비되고 계획이 되고 있는가? 울산이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 어떠한 도시공간구조(형태)를 갖추고 어떠한 산업(기능)을 키워나갈 것인가? 부담가능한 주거, 고령사회, 사회적 분리, 기후변화 등 당면한 도전들을 물리적 계획과 연계하여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울산만의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서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공무원,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12월 21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 도시의 미래, 울산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