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국 톈진항에서 초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관 21명을 포함한 112명이 사망하고 95명이 실종됐다. 날마다 인명피해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하고서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화학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울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화케미컬 폭발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대형 화학사고가 울산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http://ncis.nier.go.kr/triopen)에 의하면 울산은 전국에서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2013년에는 8,139톤의 유해화학물질을 대기와 수계로 배출했는데, 이는 전국 배출 총량의 16%를 차지한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유해화학물질은 울산의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업계에서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울산에서는 평상시에도 다량의 화학물질이 환경으로 배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울산의 주요 산업시설이 ‘정상 가동’ 중이더라도 오염물질을 지속해서 배출하고 있고,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산업단지 설비의 본격적인 노후화로 인해 화학사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화학사고 감시 센서를 부착하고 시설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등 일반인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관리(예: 아파트 화재경보, 가스누출 검사)와 국가주도의 실태점검에 참여하는 정도로는 대형 화학사고를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다.
대기업에서는 아웃소싱 핑계로 수준 이하의 하청업체에 환경안전 실무나 위험작업을 담당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업체마다 환경안전 담당 직원이 있지만, 이윤추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법정 인원을 채우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IMF 시절에 환경안전부서가 가장 먼저 구조조정 당했다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환경안전부서 말단 직원부터 처벌되는 사례 등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환경안전 고급 인력들이 국가기관과 공기업 진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환경안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자체가 변화돼야 한다. 대규모로 설비투자를 하고 안전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결국 환경안전 관리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환경안전사고는 작업자의 부주의와 안전장비(기술과 돈)의 부족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경영자와 고위 관리직의 철학과 의식수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 저장고가 폭발하면 화학물질이 어떤 기상조건에서 얼마나 울산시 주거지역으로 확산하며, 시민에게 어떤 건강피해가 예상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누가 해야 할까? 울산시에 소재한 많은 기업 중에서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거나 대응방안을 마련한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화학사고가 육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화학물질과 원유 등은 해상운송을 통해 육상에 저장된다. 그러므로 해양화학사고의 위험은 항상 존재하며, 유해화학물질의 해상운송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대형사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연안에 정박한 선박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육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해양사고 발생 시, 유해화학물질이 해수에만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량은 기화돼 주변지역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울산에서는 크고 작은 해양화학사고가 발생해 왔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울산시에서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국가재난 수준의 화학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의하고자 한다.
울산시가 UN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추진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울산이 안전한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울산이 처한 현실은 아파트 거실과 안방에 유독물질을 가득 쌓아두고 있는데 보관용기가 수십 년이 되면서 부식되고 있고, 바로 옆에는 가스통과 기름통이 가득 놓여 있는 형국이다. 이것도 모자라 베란다를 확장해서 더 많은 가스통과 기름통을 두겠다는 것이다.
국가와 지역경제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도 환경안전과 시민의 건강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운이 좋게도 울산에서 초대형 화학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울산이 가장 위험한 곳이며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가?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8월 19일 경상일보 16면에 ‘톈진항 폭발사고가 울산에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