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울산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한해가 될 것이다. 1962년 울산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울산광역시 승격 25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하는 올해는 우리나라 최고의 공업도시인 울산이 웅크렸던 몸을 펴고 힘찬 재도약을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울산의 재도약은 결국 울산의 심장인 제조업의 재도약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 산업의 혁신이 본격화 될 때, 비로소 산업수도에 새로운 활력과 변화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혁신으로 재도약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
울산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두 가지 열쇠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과 ‘탄소중립’이다. 이 둘은 제조 산업의 뿌리부터 모든 것을 바꿔낼 파괴력을 갖고 있다. 전 세계가 이 두 열쇠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울산이 앞선 노력으로 이 두 열쇠를 가질 수 있다면, 미래를 선도하는 ‘스마트 그린 산업도시’로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UNIST는 울산이 두 열쇠를 가질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탄소중립 분야의 연구 기반을 확충하고, 혁신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인재육성과 연구개발에 머물지 않고, 지역 제조 산업을 뿌리부터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펼쳐나가고 있다. 더 나은 제조기술, 공정, 소재를 바탕으로 한 산업 기반을 바꿔나갈 때, 울산 산업 전반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지난해 1월 출범한 인공지능혁신파크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인공지능 기반의 제조 혁신을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전체에 퍼트리는 것이 목표였다. 첫 해 운영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재직자 교육, 산학공동연구, 스타트업 보육 등 모든 사업에 모집인원의 2배 이상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산업체 재직자 교육인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에는 51개사에서 온 59명이 성공적으로 수료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법을 배우고, 각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는 경험을 하며 산업 인공지능 전문가로 거듭났다. 교육 과정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들은 각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등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공지능혁신파크는 이외에도 여러 지역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수행했고, 14개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보육하며 울산의 인공지능 혁신을 주도했다.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혁신파크와 협업한 기업들이 대부분 지역의 중소기업이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에 목말랐던 이들 기업은 UNIST와 함께하며 직접 변화를 체험했고, 이를 긍정하는 경험을 쌓았다. 각 산업의 뿌리에서부터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화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울산의 인공지능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올해부터 UNIST가 집중해나갈 분야는 탄소중립이다. 이를 위해 오는 2월부터 ‘탄소중립융합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 이곳에서는 탄소중립 전문 인재육성의 체계를 갖추고, 관련 연구개발과 정책연구, 실증화에 이르기까지 탄소중립 전 분야를 다루게 된다.
울산은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 기업 기반의 도시다. 자연스럽게 지역 기업들에게 탄소중립은 두려움으로 먼저 다가온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비용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돈을 먹는 하마’가 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기술을 확보한 나라,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 저탄소 공정, 탁월한 탄소포집 및 활용기술을 확보하는 이에게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찬스가 남아있다. 그 주인공은 울산에서 나올 수도 있다. 탄소중립은 이제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그 목표에 끌려갈 것인가, 이를 주도할 것인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울산이 현재의 산업수도로의 위용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중화학 공업의 중심으로 울산을 육성하겠다는 과감한 결단과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도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60년이 지난 지금, 울산은 다시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과감한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용훈 UNIST 총장
<본 칼럼은 2022년 1월 3일 울산매일신문 22면에 ‘[신년 특별기고] 인공지능과 탄소중립, 울산 제조업 재도약 위한 두 열쇠’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