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DC-8 항공기가 한국에 내렸다. 최대 196석까지 설치할 수 있는 대형 비행기 내부의 좌석은 죄다 뜯어내어 없었고, 처음 보는 기계 장치들과 모니터들이 사람들 대신 줄지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왜 NASA 비행기가 미국 본토에서 한국까지 날아왔을까? 이유는 바로 미세먼지였다.
한국과 미국의 과학자 5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공동연구 프로젝트인 KORUS-AQ의 서막이었다. 날아다니는 실험실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구용 비행기는 다음 날부터 40여 일간 한반도 상공 곳곳을 날면서 공기를 채집하고 오염 물질의 성분을 분석했다.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대기질 악화가 무엇 때문인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마침 우리나라는 환경위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위성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미국에서 한국과 공동으로 항공 측정을 진행한 것이다. 단지 몇 차례의 비행으로 우리나라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을 모두 찾아내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때를 맞추어 지상 관측과 선박을 이용한 해상 측정을 통하여 우리는 이제까지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우리나라 주변 오염물질의 3차원적인 변동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성과를 도출해냈다.
그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다양한 발생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 중에서 먼지 입자의 지름이 2.5 마이크론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육안으로 농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호흡을 통해 사람의 폐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어 인체에 매우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왜 우리나라에서 농도가 높아지는지에 대한 주요 원인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었으며, 원인을 모르니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없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어쩌면 국내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막연한 예상을 벗어난 상당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간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믿으며 중국을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해 왔다. 측정결과 지상 오존 농도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이러한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의 국내 오염물질 배출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국내의 오염물질과 결합하면서 2차적으로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주요 오염물질은 다양한 공장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질소화합물 계열이었으며 오존 농도를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특히 질소화합물은 수도권의 자동차 배출과 서해안 화력 발전소 등이 주요 오염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공동 연구진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자체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위치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지역의 경제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대기오염 문제를 겪어 왔다.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수준은 OECD 선진국들 중에서 최하위권이며,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률 또한 선진국 중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갈수록 심각해져 2060년까지 미세먼지 조기 사망자수가 계속 늘 수 있다는 몇 년 전 OECD 보고서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다.
미세먼지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은 ‘맑은하늘(청천)’ 프로젝트를 수년 전부터 시작해서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북경을 포함한 중국 수도권의 대기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하며 대기질을 꾸준히 개선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으며 도심의 초미세먼지나 오존 농도는 여전히 개선이 더디기만 하다. 지역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한가지 더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기후변화와 대기질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미세먼지 등과 함께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결국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 이상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더해, 급속한 도시화에 의한 메가시티의 발달은 도시열섬을 부추켜 도심 한복판의 기온을 더욱 치솟게 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오존생성 과정을 더욱 촉진시킨다. 특히 고층빌딩들로 즐비한 도심 내부는 풍속 저하로 인해 오염물질이 더 축적되고, 열섬으로 높아진 기온은 더 잦고 더 심각한 오존 경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근 들어 한여름 폭염경보와 오존경보가 동시에 잦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기후변화로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한다면 대기질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인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움직이는 전기 자동차가 도심에 더 많이 는다면 오존 생성의 원인이 되는 질소화합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온실가스 감축 문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위권이라는 사실과 OECD 중 대기오염도가 최하위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심각한 숙제를 던지고 있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본 칼럼은 2022년 5월 27일 경상일보 15면 ‘[이명인의 기후와 환경(5)]기후변화와 대기질, 밀접한 관련성 있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