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영국에서는 벌써 기록적인 폭염으로 올 여름이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16년만에 38.7℃로 경신된 지 불과 3년만에 다시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지난 7월19일 영국 전역에 걸쳐 30개 이상의 지역에서 이미 38.7℃를 넘어섰다. 런던을 포함한 5개 이상의 기상관측소에서는 40℃를 넘어 40.3℃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영국에서는 폭염의 강도에 따라 녹색, 황색, 주황, 적색으로 최고 4등급까지 경보를 발령하는데 7월15일 적색 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발령됐다.
영국에서의 적색경보는 폭염이 너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며 보건 및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때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의미한다. 이번 폭염은 한밤의 기온 역시 끌어 올리며, 일부 도심지역에서 25.8℃를 기록했는데 이 또한 기존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흡사 우리가 2018년에 겪었던 대폭염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그때 우리나라는 홍천에서 기록된 41℃가 현재까지 관측 사상 최고온도이다. 야간의 열대야는 서울에서 30.4℃까지 기록됐다. 해가 갈수록 폭염이 독해지고 있다.
지금 한창 여름인 북반구 전체를 들여다 보면, 영국만 폭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유럽의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가 심각한 폭염을 겪고 있고, 광조우를 포함한 중국 남부에서는 올 여름 벌써 41℃를 넘는 기록적 폭염이 세차례 이상 발생하는 등 폭염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북미 대륙 또한 미국 남서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각한 폭염을 겪고 있다.
이렇게 지금 현재 북반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폭염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지도를 통해 폭염 지역들을 연결해 보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코로나로 그동안 비행기 여행은 꿈도 못 꾸었지만, 잠시 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 하는 상상을 해보자. 인천공항에서 날아올라 동쪽으로 계속 날다보면 다시 제 자리로 오게 되는데, 그 동안에 지나치게 되는 북태평양, 북미, 서유럽, 중동, 동북아시아가 모두 현재 폭염이 심각한 지역이다.
기후과학자들은 이러한 5개 지역이 동시에 폭염을 겪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북반구 중위도 전체를 동서 방향으로 휘감는 대규모 대기 파동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북반구 중위도에는 지상에서 10km 이상 상공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대인 제트기류가 있는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대규모 대기 파동이 발생하며 상층에 고기압들을 만들어 내고, 이 고기압들은 한 지역에 계속 정체되면서 공기의 동서 방향으로의 흐름을 가로 막는다. 전 지구적인 날씨의 정체, 즉 블로킹(blocking)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트기류는 왜 약해지는가? 대기 현상은 거대한 유체의 흐름으로서 주기적으로 빨라지고 느려짐을 반복한다. 여기에 더해 북극권을 중심으로 한 해빙의 감소와 가파른 기온상승이 중위도 제트기류가 느려지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마치 지구온난화로 동맥경화와 같이 대기의 흐름이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해 발생하고 있는 기록적 폭염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촌 도처에서 겪고 있는 비정상적인 기온은 과거에 없었던 기록적인 더위이다. 온실가스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수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영국 기온을 예측해 보면 40℃ 이상 나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는 전지구 평균 온도를 1.1℃ 이상 상승시켰다. 따라서 대규모 블로킹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예전에 비해 더욱 강력한 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폭염은 더욱 독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지구적 기온상승은 토양이 머금고 있는 수분의 증발을 더욱 부추켜서 미래 기후는 현재보다 더욱 건조해 질 수 있다. 메마른 토양에서는 낮 동안 태양으로부터 전달된 에너지가 대기로 직접 전달되며 40℃ 이상 치솟는 기온이 훨씬 쉽게 만들어 질 수 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들은 블로킹, 지구온난화, 토양 건조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만 설명 가능하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폭염들은 더욱 독해질까? 현재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제한없이 계속 배출하는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말에는 40℃ 이상의 폭염이 3년마다 발생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극단적 폭염의 발생빈도를 줄일수 있다. 또한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계속 도래할 수 있는 40℃ 이상의 폭염에도 적극적인 대비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본 칼럼은 2022년 7월 29일 경상일보 15면 ‘[이명인의 기후와 환경(7)]40℃ 이상 폭염이 일상이 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