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등장 이후 반년도 안 돼 디지털 기술혁신을 주도할 이슈로 부상했다. 인공지능(AI)은 모든 분야와 융·복합해 새로운 기술로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자동차, 지능형 산업용로봇 등 첨단기술 발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변화도 한층 빨라질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 대전환을 예측하고 대비하려면 과학기술 인재는 필수다. 결국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는 사람이 주도하기 때문에 고급의 전문 인재 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기술 교육의 현장은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과학기술 전문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대학교육은 여전히 전통적 학년 중심 교육과정이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다. 교과목 단위의 이론과 실습 위주다. 이러한 강의실 중심의 교수 의존도가 높은 교육으로는 과학기술 혁신은 고사하고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현재 대학 캠퍼스에는 2030 MZ세대가 공부하고 있다. MZ세대는 디지털 원어민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모바일 등에 익숙하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과 다른 이색적 경험과 다양한 재미를 추구한다.
대학마다 코로나19 시기에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온라인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도 많이 줄었고, 경험도 쌓였다.
이러한 MZ세대 학생에 맞는 새로운 교육, 교육혁신이 필요한 때다. 교육혁신은 왜 배워야 하는지, 배우면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학생 스스로 찾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지적 호기심으로 궁금증을 직접 해결하며,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는 경험에서 재미와 몰입감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고, 창의적으로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와 도전에 나서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이 배운 대로 가르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과학기술 교육은 첨단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의 만족보다는 배우는 사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습 내용은 과학기술 현장에서 직면하게 될 실전문제여야 하고, 학생이 배우고자 하는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 체험교육이 가능한 교육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것이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할 전문 인재 양성에 필요한 요소다.
배운 것을 활용해야 할 산업 현장과 과학기술 교육 현장의 갭이 크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 산업 현장에서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현장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경험이 부족한 채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기존에도 대학 학사과정 교육에서 프로젝트 수업이나 현장연계 학습이 있었다. 그러나 학부 과정 전반이 아닌 한 학기 또는 개별 교과목 단위의 시도에 그쳤다.
과학기술 교육혁신은 실전문제 해결, 현장사례 활용, 프로젝트 수행, 문제해결 경험이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 대학은 근본적이고 구체적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학생은 도전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정립하고 교과목 개발, 학사제도 반영, 연구동아리 활동 등 구체적인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해야 학생이 체감할 수 있다. 대학은 조직 차원에서 투자와 지원,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 적극적 참여 유도, 체계적인 성과관리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로 시작한다.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 역할이다. 과학기술 교육은 과학기술 성과를 새로운 세대에게 잘 가르치고 잘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혁신과 과학기술 교육혁신은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 혁신 시대에 울산과기원(UNIST)이 실전형 체험교육 ‘과학기술 교육혁신 2.0’을 시작한 이유다.
<본 칼럼은 2023년 4월 25일 전자신문 “[ET단상]과학기술 교육혁신 왜 필요한가”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