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박테리아(세균) 게놈이 완전 해독돼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균이 아닌 고세균의 게놈도 해독이 됐다. 이것도 역시 크레이그 벤터그룹이 한 것으로, 끓는 수준의 고온에서 사는 고세균인 메싸노코커서 자나씨아이(MJ)를 해독한 것이었다.
이 게놈도 역사상 중요한 것이다. 내 친구 알렉스 베이트만과 이 세균의 게놈을 일반 세균의 게놈과 비교를 했다. 그 결과 이 세균의 모든 단백질은 일반 세균의 단백질들보다 조금 더 기름끼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단백질들이 높은 온도의 끓은 물에서도 삶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유지되는데 기름기가 많은 아미노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어떤 계란은 삶아도 하얗게 변하지 않고 투명하게 원래 모습을 계속 유지하는 것과 같고, 그 이유는 그 계란 속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성분이 약간 다르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생각보다도 매우 미묘하게 다른 아미노산의 성분이 단백질 전체적으로는 매우 큰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것을 게놈분석의 측면에서 보면 유전자 서열이 조금만 달라도 생명체의 기능의 최일선에 있는 단백질에게는 큰 기능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게놈 해독에서는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을때, 큰 업적을 이뤄 나가고 있던 일본 그룹이 있었다. 그 그룹은 착실하게 남세균 (cyanobacteria)의 큰 게놈 해독하고 공개했다. 남세균 게놈해독은 여러모로 매우 큰 업적이었다. 하지만 네이쳐나 사이언스에 내지 않고, 옥스포드대학출판사의 DNA research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저널에 실었다. 나는 그 남세균 게놈도 분석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초의 박테리아게놈들의 서열정보를 비교분석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게놈을 분석한다라는 말이 흔한 말이 아니었다. 옆방의 생물학자들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다. 일본인들의 게놈분석은 일본인들 답게 천천히, 조용히, 꾸준히 진행된 연구의 결과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급변하는 게놈분야에 장단점으로 나타나는데 IT에 가까운 게놈 분야는 미국이나 한국같이 빨리 치고 나가는 역동적인 문화가 더 유리하다. 결국 일본은 미국, 중국, 한국 다음에 2010년에야 최초의 일본인 게놈을 발표하게 된다.
1997년 4월 나는 1주일 동안 나의 연구를 취합해 졸업논문을 썼다. 이때 그 당시 넷스케이프 (Netscape)라는 인터넷 브라우져의 편집기를 사용해 내 졸업논문이 인터넷에 먼저 공개되는 방식으로 썼다. 모든 편집은 라이넉스(Linux)와 SGI의 IRIX 운영시스템에서 사용되는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져로만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로 순수히 HTML 언어로 쓰여진 논문이었을 것이다. 내 지도교수인 팀에게 보내 교정을 부탁했다. 팀이 출장 등으로 바빠서 3일인가를 넘겼다. 나는 유학 생활비도 많지 않고 해서, 빨리 졸업을 하고 포닥을 가야 했기 때문에, 팀에게 빨리 내 논문을 확인해달라는 독촉 이메일을 썼다. 팀은 그것을 받고 그날 새벽 2시까지 숙독을 하고 내게 넘겨 줬다.
<본 칼럼은 2023년 8월 29일 울산매일신문 “[박종화의 게놈이야기(23)] 기름기가 더 많은 고세균 단백질”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