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처치랩은 하버드에서 가장 친근한(Friendly) 랩이라고 소문이 나있었고, 가장 가고 싶은 랩이라는 것이 그 당시 학생들 사이의 의견이었다. 하버드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생정보학을 하고, 게놈 연구와 바이오칩을 하는 곳이었다. 내가 갔을 당시에 처치랩은 하버드 의대의 본대학 건물에 있었다. 하버드 의대는 실제로 인적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주위의 수많은 병원과 연구소가 하버드와 연계프로그램을 맺고 있어서 보통 그런 랩의 사람들도 하버드 의대에 있다고 했다. 본대학 건물은 하얀 색깔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매우 아름다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건물들과는 비할 바가 안됐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나는 하버드 의대 본 건물에 “Academic paradise”라는 별명을 붙였다. 건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의대지역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생물학 의학 관련 세미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듣고 싶은 세미나가 너무 많은데 시간이 겹쳐 못 갈 만큼 세미나 홍수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곳이 학문적으로 좋았다.
처치랩은 많은 효모 DNA 칩 실험을 했다. 사실 RNA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므로 RNA칩이라고 불러야 했다. 나는 그 데이터를 가져와서 통계적으로 발현 양을 측정하고 그것들이 기능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을 했다. 그 당시 기능게놈학에는 마이크로어레이와 DNA 올리고칩 두 종류를 많이 썼는데, 내가 하는 올리고칩의 정확도가 스탠포드대학의 팻브라운 랩의 것보다는 좋았다.
조지 처치랩은 기능게놈학의 선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석을 해보니까 실험데이타에 문제가 많았다. 문제는 내가 요구하는 정확도를 그 당시의 마이크로어레이와 올리고칩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과학적 정밀도 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다. MIT 의 리차드 영교수 랩에서 우리 랩에 준 효모 발현칩 데이터를 분석할 때 정확도가 안 좋아서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나의 말에 리차드 영이 조지에게 불평스러운 말을 했던 것 같다. 조지가 왜 그런 이메일을 보냈나고 물어서 내가 설명을 하는 등 조지와 한번의 논쟁을 했다. 조지는 온순하고 똑똑해서 부닥칠 일이 없는 사람이다. 그 뒤 나는 기능게놈학은 약 3~4년간 실험기술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실제로 조지랩에서도 심도있게 공동으로 검토한 결과 같은 결론을 냈다. 우습게도 DNA 칩은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을 DNA 칩 전문 연구실에서 도출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때까지 하던 칩 실험은 과학적 정확도에서 이미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이다. 처치랩이 뛰어난 이유는 학생들이나 연구자가 정직하고 엄정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하버드에서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고, 당시 설립됐던 유럽연합생정보학연구소(EBI)에 있는 리사 홈 (Liisa Holm)이라는 여자 그룹리더에게 연락했다. 리사는 오라고 했고, 나는 1999년 4월 영국으로 되돌아 갔다. 처치랩에 있으면서 나는 올리고 칩보다도 더 값진 DNA서열 해독기술에 대한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생명학자중의 하나라고 여기는데 그 이유는 훌륭한 과학 동료를 계속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조지 처치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본 칼럼은 2023년 9월 19일 울산매일신문 “[박종화의 게놈이야기(26)] 하버드 의대 유전학과-생물학 연구의 천국”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