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해독기는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기술은 이미 1990년대 말에 완성돼있었다. 단지 이런 기술들을 통합해, 하나의 파이프라인이나 장치로 못 만들었을 뿐이다. 내가 1998년 1월 1일부터 하바드의대의 조지 처치 랩에서 일했을 때, 조지는 병렬화된 로봇트로 DNA해독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조지는 이미 해독에 관한 몇 개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었고, 화학이나 물리, 광학 관련 학자들과 공동으로 해독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조지는 박사학위 및 포닥 연구원들을 모아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 연사는 물리학을 한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물리, 광학, 화학을 이용하여, 물리적으로 인간 게놈 전체를 한시간안에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세미나의 내용에 관하여서는 대외비로 하기로 모든 연구원들이 약속을 하고 참여했다. 2010년 현재 쓰이는 차세대 해독기는 10여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하버드대에 또 다른 랩에서는 미세한 기판에 좁은 통로를 계속 만들어 DNA중합효소나 다른 효소를 배치시켜, 한가지의 생물학 실험을 수만 배 증폭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었다. 바로 나노기술과 바이오의 융합이었다. 차세대 해독기는 이렇게 물리, 화학, 생물, 광학 및 나노공학이 합쳐진 결과이다.
조지 처치의 특허 중에 어떤 것은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침투용 단백질을 이용한 것이 있다. 단백질구멍이라고 하는 분자를 바이러스가 숙주인 박테리아의 외부 기름층에 집어넣고, 그 구멍을 통해 DNA나 RNA를 쏘아 넣는다. 그러면 박테리아 내에서, 그 들어온 유전정보가 박테리아 전체를 접수하게 된다. 이때, 이 단백질 구멍은 DNA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빨아들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것을 응용하여 실험실에서 기름층을 만들고, 그 기름 속에 구멍단백질을 뿌린다. 기름층의 한쪽에 DNA를 넣으면 그것들이 다른 쪽으로 흐르도록 할 수 있다. 이때, 지나가는 DNA를 전기적으로 측정을 하면, 지나갈 때마다 A, C, G, T의 전기차이에 의해서 서열이 읽혀지게 된다. 이것이 조지의 특허인데, 근본적으로 이러한 한 개의 분자(DNA 조각)를 각개로 읽어 들이는 방법이 효용이 있게 됐다. 이런 단분자를 읽어 서열을 해독하는 장치가 자동화가 잘 돼있어, 한 개의 냉장고 만한 기계에 모든 화학반응이 다 일어나고 어떤 것은 컴퓨터까지 내장돼 있다. 차세대 해독기 중에서 힐리코스사의 것은 레이져를 이용하여 하나의 DNA분자의 서열을 읽어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IBM에서는 나노포어(nano pore)를 이용해 한 분자의 DNA의 염기정보를 하나씩 읽어나가는 방법을 개발하겠다고 2009년 선언하였다. 2011년 현재, 미국의 PacBio사는 단분자 해독기를 통해 매우 긴 10,000 염기 이상의 DNA 서열을 읽는 기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기적 신호를 쓰는 가장 발전된 방법은 454 차세대 해독기를 개발한 로쓰버그박사가 다시 개발한 아이언 토런트 (Ion Torrent) 기술이다. 이것은 반도체 칩에 DNA 합성 효소를 부착시키고 염기서열이 하나씩 만들어져 나갈 때 생기는 수소이온을 감지함으로서 해독을 하는 법이다. 이것은 화학적으로는 가장 미세한 pH 검사기이고, 장점은 비용이 매우 싸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DNA 해독법이 화학적인 것에 비해, 전자적인 IT 산업의 요소가 더 많은 것이다. 2010년 현재 1GB의 서열을 해독하는데 500 달러 정도의 시약으로 가능하다. 2010년 미국 산디에고 근교의 세계에서 제일 큰 해독기 회사인 Life Technologies사가 아이언 토런트사를 샀다. 나는 2010년 4월 27일 미국 케임브리지시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 있었던 GET conference에서 아이언 토런트 기계를 처음 봤다. 그때, 로쓰버그 박사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주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본 칼럼은 2023년 10월 24일 울산매일신문“[박종화의 게놈이야기(30)] 차세대 해독기 등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