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애플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과 동종 업계 임원 평가나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 주주 가치 증대를 감안한 점수였다. 모든 매체가 같은 의견일까? 그렇지 않다. 포브스는 오래전부터 가장 혁신적이지 않은 기업으로 애플을 꼽아왔다. 포브스는 지난 1년간 매출 증가율과 과거 5년간 연간 투자 총 수익, 자체 평가를 통한 혁신 점수를 합산해 혁신 기업 등수를 매긴다. 애플의 매출은 감소해 왔다. 지난해 4분기 매출마저 준다면 5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포브스와 애플의 악연은 오래됐다. 2012년 포브스는 애플이 삼성과의 특허 분쟁에서 승소했음에도 혁신성에 메스를 가했다. 애플을 향해 법률적인 방어에 에너지를 그만 소비하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포브스 말대로 애플이 혹시 지적재산권 보호에 따른 독점력에 안주한 것은 아닐까?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조세 회피와 반독점법 위반으로 악명이 높다.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애플의 하드웨어 기기에서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한 대가를 생각해 보자. 구글은 그동안 애플에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 왔다. 재판 결과에 따라 법원은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던 금액을 중단하라 명할 수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 3월 시행하는 디지털 시장법은 애플 앱스토어의 시장 독점력을 겨냥하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에서 혁신성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올 초부터 포브스는 애플에서 희망을 보려면 전자현미경이 필요할 정도라고 혹평했다. 애플에 희망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확장 현실(XR) 헤드셋 ‘비전 프로’에 거는 기대다. 이 기술은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에도 적용할 전망이다. 2024년은 XR의 ‘아이폰 모멘트’가 터지는 해일까? 그래야 시가총액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왕관을 쓴 기업은 혁신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생존한다. 이는 불변의 시대정신이다.
<본 칼럼은 2024년 1월 12일 중앙일보“[조원경의 돈의 세계] 애플의 혁신성”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