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최근들어 울산지역에서도 울산유전체 사업이 시작되고, 이를 통해 미래에 의료나 복지같은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자신에게 존재하는 유전적인 차이를 미리 알아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각종 질병이나 환경적 변화에 대처를 잘 할 수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전체 정보의 분석에 많은 관심이 생기고 있다.
2003년 사람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약 30억개의 DNA의 염기서열이 다 밝혀지고, 유전자 정보분석의 방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한 사람의 유전자 정보분석이 1,000다럴(약 120만원 정도)에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참고로 처음에 한 사람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완성하는 데는 27억달러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괄목한 발전으로 개개인의 유전정보를 쉽게 분석하여, 각종 질병에 취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미리 대비하거나, 병이 생겼을 때 약을 유전정보에 기초하여 처방함으로, 각종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막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정부차원에서 그리고 여러 민간 기업차원에서 IT이후의 새로운 사업이라 생각하여 막대한 자금을 들여 유전정보 분석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유전정보가 알려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이기만 할까? 2차 세계 대전 중에 나치는 파란눈에 금발을 가진 사람이 우성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으로 유전적으로 우성인 사람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에 개개인의 유전정보가 알려지면, 개개인을 차별화 하는 이와같은 우성학이 고개를 들지도 모른다.
영화 “GATTACA”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적나라하게 비판을 했다. 유전정보에 의해 모든 사람의 직업이 결정되어 버리는 사회가 이 영화에 그려지는데, 혹시 개인의 유전정보 노출이 그런 가능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 같은 BRCA1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40세쯤에 유방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이런 잠재적 환자군 들에게 더 높은 의료보험금을 내도록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잠재적 문제점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유전정보를 보호하는 여러 가지 장치를 국가차원에서 만들어 놓고 있다.
대한민국도 개인정보 보호법 아래 유전정보에 따른 차별금지, 처리제한을 법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각종 유전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 보관해야만 이런 법적 제제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유전정보 처리의 규제나 고용, 승진과 같은 사회 활동에서 차별 할 수 없다는 법의 적용이 점점 더 많은 다른 사회 분야로도 확대되어 질 것으로 기대되어, 앞으로 정부차원에서 유전정보 관리에 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유전정보 차별금지법(Genetic information Nondiscrimination Act)은 고용과 의료보험등에 강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올로알토의 중학교에서 2012년에 일어난 일로 인해 그 범위가 사회의 다른 범위인 교육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세 소년 Colman Chadam은 자신이 다니던 Jordan 중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는데, 이는 Colman이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 marker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은 서로 같이 있을 경우 서로에게 감염질환을 옮길 가능성이 높아서, 이 질병을 앓고 있는 다른 두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 Colman을 다른 학교로 옮기도록 조치했다.
이로 Colman의 부모는 이를 유전정보에 따른 차별이라고 파올로 알토 지역 교육 담당부서를 소송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은 유전정보 차별금지법으로 유전정보에 따라서 고용과 의료보험에 차등을 주는 것을 금하고 있는데, 위의 사건으로 교육으로까지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과연 유전 정보를 아는 것이 좋을까? ‘아는 것이 힘’이라는 옛말과,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다른 옛 말이 있다. 과연 유전정보는 미래에 우리에게 힘이 될까 아니면 병이 될까 한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
<본 칼럼은 2016년 2월 15일 울산매일신문 3면에 ‘[명경재 칼럼]당신의 유전체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