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7일부터 9일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울산대 의대정원 확대에 따라 울산대 본원, 울산대병원, 유니스트에 대한 방문실사를 진행했다. 의평원은 정원의 10% 이상 증원된 30개 지역 의대를 모두 평가하기로 결정했고, 울산의대는 정원이 40명에서 110명으로 증원돼 평가대상이 됐다. 타 의대에 비해서 울산대병원과 아산병원을 임상교육병원으로 보유한 울산의대는 정원 확대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문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방문 실사에 유니스트가 포함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2022년 1월 울산의대는 의과학자 양성을 포함한 양 기관의 협력을 제안하기 위해 유니스트를 방문했다. 이후 논의를 거쳐 2022년 7월 양 기관은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해 2023년 9월부터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인 한국형 ‘유니스트-울산의대 HST(Health Science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HST 프로그램은 미국의 하버드의대와 MIT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협력하는 프로그램으로 공대가 없었던 하버드대학과 의대가 없었던 MIT가 미래 의료를 혁신할 리더를 함께 교육하고 협력하기 위해 1970년에 최초로 시작됐다. 임상의사를 교육하는 것을 넘어 미래 의료를 혁신하고 의료산업을 이끌어 갈 리더를 교육하기 위한 노력은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왔다. 국내에서도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의과학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기초의학과 임상연구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과 다양한 공학 기술이 의료를 혁신하는 현 상황을 대응하는 데는 한계점이 예상된다. 의과대학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모든 것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 유니스트와 울산의대는 서로의 역량을 끌어모아 ‘공학을 아는 의사, 의학을 아는 공학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협력을 시작했다. 미국의 HST 프로그램을 단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형 HST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미국은 의과대학 학제만 보더라도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미국은 4년 정규 학부과정을 통해 대부분 기초과학과 공학교육을 마친 학생들 가운데에서 의대생을 선발해 4년 동안의 의학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대생을 선발해 의예과 2년 동안 교양을 포함한 기초교육을 하고 4년 본과과정을 교육을 하게 돼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임상의사를 교육할 수는 있지만 기초과학과 공학교육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의료의 급격한 변화는 기존 교육 인프라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것은 우리가 주도하는 의료 혁신보다는 여전히 이미 개발된 의약품과 장비를 현장에 도입해 사용하는 데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 HST 프로그램에서는 미래 의료를 이끌어갈 의대생과 공대생들에게 첨단의 기술을 접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했다. 의대생과 공대생들이 함께 교육받고 과제를 수행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혁신할 인재들을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두 학교는 의기투합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한 외부의 관심은 뜨겁다. 한 편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과 다른 한 편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시도라는 것과 두 학교 간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번 의평원의 현장실사는 이런 시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엇갈린 의견을 가지고 시작한 평가였지만, 적어도 유니스트와 울산의대가 시도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여전히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겠지만, 현재까지 도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유니스트와 울산의대 두 기관이 우리나라 의료교육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고, 여기에서 교육되는 학생생들이 향 후 울산의 바이오의료산업을 이끌어갈 미래 인재들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은 2025년 1월 15일 경상일보 “[배성철 칼럼(5)]울산의 미래 신산업 바이오의료산업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