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시대는 반드시 옵니다. UNIST에서 탄생한 이 기술들이 힘을 발휘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김건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드문 연료전지 전문가다. UNIST에서도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연구자는 김 교수가 유일하다. 그는 ‘연료전지는 미래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라는 믿음으로 이 분야에 집중해왔다. 현재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이차전지나 태양전지 등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의 이런 뚝심이 최근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연말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실린 논문이 대표적이다. 천연가스를 직접 쓸 수 있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연료극을 개발한 연구다. 이 기술은 지난 10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이달의 산업기술상’에도 선정됐다.
김건태 교수는 “연료전지 분야에 집중하면서 쌓은 실력과 이 과정에서 얻은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UNIST 학생들과 장비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순수한 UNIST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연료전지 연구 시작은 우연이었는데 평생 ‘인연’이 됐습니다”
“장래희망에 늘 ‘과학자’라고 썼으니 꿈을 이룬 셈이죠. 그런데 연료전지 연구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연구자와 연구 분야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김 교수도 유학 가기 전에는 리튬이온전지 분야를 연구하던 학생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고체 분자 구조에 밝다는 정도였다. 당시 대학원 지도교수가 고체 핵자기공명(Solid State NMR) 장치를 들여왔는데, 이 장치 운영을 김 교수에게 맡겼다. 그 바람에 김 교수는 리튬 등을 고체 상태에서 구조를 보는 데 익숙해졌다.
그런데 박사를 받으러 떠난 유학길에서 난관을 만났다. 그가 합격한 휴스턴대학교에는 리튬이온전지를 연구하는 교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전공 분야가 없어 앞이 캄캄했지만 화학과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를 찾아가기로 했다”며 “당시 휴스턴대 화학과를 주도하던 교수의 분야가 연료전지였고 그 사람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지도 교수와의 인연으로 전공을 바꿨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고체 분자 구조를 보는 데 익숙한 데다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지식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김 교수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에 집중하게 됐다.
“연료전지와 만남은 선택이 아닌 우연이었지만 그게 인연이 됐습니다. 학생들이 종종 찾아와서 어떤 분야로 갈지 상담하는데 그때마다 ‘도전하라’고 말해줍니다. 우연히 마음에 들어온 그 생각이 평생 인연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연료전지 완전체’에 도전… 집집마다 도시가스로 전기 만든다
김 교수는 박사 과정 때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두 전극 중 연료극(양극)을 연구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할 때는 공기극(음극)을 다뤘다. 그는 “연구를 많이 하고 논문을 많이 내는 교수를 찾다 보니 음극까지 다루게 됐다”며 “그 덕분에 지금은 ‘연료전지 완전체’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료전지에 몰두하던 그는 효율을 높일 소재를 고민하다가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구조도 개발했다. 물리학자들이 연구한 논문까지 뒤졌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가 개발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는 일반 페로브스카이트보다 산소가 잘 이동하고, 표면특성도 우수해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고체 분자 구조부터 연료전지의 음극과 양극까지 섭렵한 김 교수는 UNIST에서 연구의 꽃을 피웠다.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물질을 공기극과 연료극에 접목하면서 성과는 지속됐다. 2009년부터 꾸준히 진행한 연구 결과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천연가스도 직접 연료로 활용할 길을 열었다. 탄소가 연료극 표면에 쌓이거나 황 불순물 때문에 쓸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김 교수는 “새로 개발한 물질을 사용하면 집집마다 연결된 도시가스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다”며 “전기 생산은 물론 폐열로 온수도 공급할 수 있어 전기세도 절감하고 전력대란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료전지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아직은 피부로 닿지 않지만 연료전지 시대가 오면 우리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