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호 대표는 졸업 후 자신이 창업한 보나(BONA)를 운영하고 있다. 보나는 UNIST 학생창업팀으로 사람들이 꾸준히 운동하도록 돕는 ‘플랭크(Plank) 보조 앱’을 개발했다. 이십대 청춘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선 데에는 융합전공이 한몫했다.
조 대표는 기초과정부를 마친 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에 소속됐다. 화학공학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인기 있는 전공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전공과 연결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계속 진로를 탐색하던 그는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의 김관명 교수의 추천으로 ‘디자인 그래픽스’를 수강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이 분야가 자신의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하면서 처음으로 대학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느꼈어요. 제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정한 조 대표는 두 번째 고민에 빠졌다. 늦게 시작한 디자인 공부다 보니 어떤 과목부터 공부해야 효과적일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여러 교수를 찾아가 상담 받은 그는 고민 끝에 소속 학부를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로 바꿨다.
“인간 및 시스템공학 트랙에서는 어떤 제품이 사용자가 쓰기 편한지 조사하고, 실험장비로 측정해 자료를 모읍니다. 산업디자인 트랙에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낸 아이디어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디자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조 대표가 보나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융합전공으로 얻은 것이 대부분이다. 보나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검증하며 아이템으로 구상하는 과정은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이다.
“인간 및 시스템공학 트랙에서 배운 인간 공통의 심리와 행동, 인체의 한계, 안전성에 대한 평가 등은 창의적이면서도 치밀하고 편리한 제품을 구상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산업디자인 트랙에서 배웠던 3D 모델링 기술과 제품 설계, 견본 제작 등을 이용해 실제 제품을 만들죠.”
보나의 팀원들도 융합전공을 통해 경영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을 이수했다. 융합형 인재들이 모이다 보니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조 대표는 “보나는 아직 작은 기업이지만 각 팀원들은 한 사람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며 “융합전공으로 다져진 인재들이 기획과 개발, 디자인 등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물을 기대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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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호 대표와 1문 1답
Q1. 본인의 융합전공 조합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A1. 저는 전공 선택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보다는 취직이 잘 될 것 같은 학부로 신청했으며, 실제로 하고 싶은 공부가 뭔지도 모르고 학교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디자인및인간공학부를 알게 됐고, 산업 디자인과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대학 공부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됐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이 분야는 죽을 때까지도 즐기면서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제품, 서비스가 실제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좋게, 세상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디자인으로 길을 정하고 나니, 2트랙에 대한 고민이 생겼으며, 학부의 여러 교수님을 찾아뵙고,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서 제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학과는 인간공학이라 생각되어 두 학과를 선택했습니다.
Q2. 본인의 선택한 융합전공 조합으로 어떤 시너지가 있었는가?
A2. 디자인 전공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할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인터뷰, 행동, 관찰 등을 통해 연구를 하는 정성적인 데이터로 제품 및 서비스에 녹여내는 공부를 해왔습니다. 인간공학에서는 사용성 조사 및 여러 실험장비로 이뤄지는 분석을 통해 정량적인 데이터로 사람들이 실제로 편안하고 어렵지 않게 개발한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연습을 하고, 적용도 해보았습니다.
이 과정들은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제품, 서비스를 개발할 뿐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개발되고, 실제 사람들의 사용성 분석, 실험 등을 통해 검증되어 나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입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서 가능성도 확인하고, 뿌듯함도 느껴 와서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Q3. 융합전공이 진로 또는 취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A3. 현재 저는 보나(bona)라는 창업 팀에서 팀원들과 함께 공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팀원들과 회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람들에게 실제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 활동들을 아는 만큼 진행하고, 계속적으로 배워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융합전공을 하면서 진행해왔던 프로젝트의 경험이었습니다.
디자인및인간공학부에서는 대부분의 활동을 팀 프로젝트로 진행하기에, 이는 물론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팀 회의를 진행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기까지의 모든 부분들은 제가 이미 학부 공부를 하며 저도 알게 모르게 학습돼 있었습니다.
또한, 산업디자인과에서 배운 3D 모델링 스킬과 제품 설계 및 프로토타이핑은 스타트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인간공학과에서 배운 안전성에 대한 평가, 인간의 공통적인 심리와 행동, 인체의 한계 등은 창의적이면서도 더욱 치밀하고 편리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4. UNIST에서 한 융합전공을 향후 어떻게 적용하고자 하는가? (대학원 진학, 취업 이후에 적용방법)
A4. 창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이며, 제가 배운 많은 부분들은 다양한 전공(경영, 기계공학부, 컴퓨터공학부)의 팀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더욱 더 그 시너지를 확대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재의 상황에서 팀 내에서도 팀원들이 기획과 개발의 영역, 디자인을 서로 오가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해 팀원들이 융합적인 지식을 가진 스타트업 bona가 되고자 합니다.
Q5. 융합전공 제도의 보완할 부분/ 개선할 부분은 어떤 점이 있을까?
A5. 앞으로는 더욱 더 다양성, 독창성, 창의성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존 전공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커리큘럼의 한계 때문에, 그리고 졸업학점에 쫓겨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듣고 싶은 수업을, 하고 싶은 공부를 조금 더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도저도 아닌 공부가 될까 걱정도 되지만, 자신이 고민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대기업이나 공기업뿐만 아니라, 더욱 더 다양한 곳에서 세상을 이끌고, 각자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Q6. 융합전공을 선택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6. 학점관리와 취직, 또는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학점과 취직의 걱정에서 가끔은, 혹은 조금씩은 벗어나 ‘지금까지 배운 내용으로는 실제로 사회에서 내가 이런 걸 해봐도 재밌겠다(혹은 대박나겠다)‘라는 생각도 해봤으면 합니다.
저와 같은 창업의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언젠가 그렇게 생각했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한 번, 작게라도 실천해본다면, 한번 해볼까 했던 작은 시작이 크게는 진로 전체에, 또는 많은 가르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융합전공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기술
A7. 이 글을 쓰면서 한번 더 느껴졌습니다. 융합 전공은 저에게 있어 정말 좋은 선택 중 하나였고, 이는 현재 제가 가는 길에 너무나 멋지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UNIST의 융합전공제도와 다양한 분야의 많은 교수님들의 가르침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