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도 UNIST는 인류에 기여할 세계적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했다. 그만큼 좋은 소식도 많았다. 올해 처음 참여한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1위’를 굳힌 지표가 나왔고, 배터리와 태양전지 분야에서 연일 주목받는 성과를 내놓았다. 세계에서 내로라는 연구소와 기업, 대학이 UNIST와 협력을 맺었다. 울산만명게놈, 유루프(U-Loop), 사이언스월든 등 UNIST가 개척하는 프로젝트도 순항하고 있다. 개교 9년차 대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적인 성장이다. 10년 전 사연댐 아래 한적한 농촌마을이 ‘세계적 과학기술 연구의 메카’로 변했다. 그 상전벽해(桑田碧海)의 현장에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UNIST의 실력을 소개한다.
Creativity: ‘논문의 질’로 승부한다!
UNIST는 올해 처음으로 각종 세계대학평가에 참가했다. 지난 6월 발표된 ‘라이덴랭킹’과 9월에 공개된 ‘THE 세계대학평가’, 그리고 10월에 평가된 ‘US뉴스랭킹’이다. 이들 평가는 모두 UNIST의 연구 영향력을 국내 1위로 발표했다. 연구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논문 피인용수’에서 UNIST가 압도적인 결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대학의 연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논문으로 순위를 매기는 라이덴랭킹에서 UNIST는 종합 순위 국내 1위를 차지했다. 공동 저술의 가중치를 조정한 세계 순위는 36위로 나타나 UNIST가 8년 동안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 보여줬다. 라이덴랭킹에서 UNIST의 전체 논문 중 상위 10% 논문 비율은 16%다. 그 뒤를 잇는 대학은 POSTECH(12%), KAIST(11.3%), 이화여대(9.1%), 서울대(9.0%) 등으로 UINIST와 격차가 꽤 큰 편이다. 혜성 같이 등장한 UNIST의 연구 경쟁력을 다른 대학이 쉽사리 넘보기 어려워 보인다.
UNIST는 THE 세계대학평가 논문 피인용도 부분에서 95.9점으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이 점수로 순위를 매기면 UNIST는 국내 1위, 세계 45위를 차지한다. 연구의 질적 수준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다시금 인정받은 것이다. 종합 순위에서 UNIST는 서울대, KAIST, 성균관대, POSTECH에 이어 국내 5위에 올랐다. 세계 순위는 연세대, 고려대와 같은 구간인 201~250위권에 포함됐다. 올해 처음 THE 평가에 참여한 UNIST가 국내 대학 순위의 지형을 크게 바꾼 모양새다.
THE 순위는 논문 피인용도 외에도 교육 여건, 연구 실적, 산학협력 수입, 국제화 등 5대 지표를 반영해 매겨진다. 여기에는 평판도가 33%를 차지하기 때문에 역사가 짧은 대학이 아주 높은 순위에 오르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개교 9년차에 단숨에 국내 5위에 오른 UNIST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강력하다.
미국을 비롯한 60개 국가의 대학을 대상으로 학술 연구와 평판도를 측정해 발표하는 순위인 US뉴스랭킹. 2014년부터 시작된 이 평가는 13개 지표를 측정한 뒤 순위만 공개한다. UNIST는 이 순위서 측정한 13개 지표 중 4개 분야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논문 피인용도와 전체 논문 중 상위 10% 논문 비율, 전체 논문 중 상위 1% 비율, 국제 협력이다.
4개 지표는 모두 대학의 연구 경쟁력과 연결된다. 논문이 많이 인용됐다는 의미는 그만큼 우수한 연구를 했다는 뜻이고, 상위 10% 혹은 1% 논문 비율이 높다는 의미도 질적 수준이 훌륭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 협력 부분에서 뛰어나다는 의미는 다른 말로 세계적인 연구자와 공동 연구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Research Intensive: 선택과 집중, 최고 기술 만든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올해 UNIST의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에 주목했다. 3월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안정성을 높인 논문을, 6월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고효율을 네 번째로 갱신한 논문을 소개했다. 두 편 모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상일 특훈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다. 국내에선 이렇게 자주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전례가 없다. 석상일 교수의 기술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태양전지의 강력한 후보다. 석상일 교수는 올해 22.1%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발표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는 효율뿐 아니라 내구성을 보완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법까지 고안 중이다. 최근에는 ㈜프런티어에너지솔루션이라는 기업을 만들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Battery R&D Center)’가 문을 열었다. UNIST가 개교 초부터 집중해온 이차전지, 즉 배터리 연구에 특화된 건물과 장비가 완벽하게 구축된 것이다. ‘빠르게 충전하고, 오래 쓰며, 안전한 전지’를 목표로 배터리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UNIST의 배터리 연구는 최고에 머물지 않고 최초에 도전하고 있다. ‘해수전지’와 ‘프린터블 배터리(printable battery)’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영식 교수의 해수전지는 바닷물 속 소듐 이온(Na˖)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다. 바닷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 염려가 없고, 값싸며 해수담수화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이 총 5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하며 이 기술의 상용화를 돕고 있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의 프린터블 배터리는 잉크젯 프린터로 글자나 그림을 출력하듯 찍어내는 이차전지를 말한다. 딱딱한 사각형에서 벗어나 옷감이나 휘는 물체에 배터리를 찍어낼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용 전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획기적인 가능성 덕분에 올해 국가 R&D 우수 성과로도 뽑혔다.
Interdisciplinary Research: 남다른 프로젝트 순항 중
UNIST가 시작한 남다른 프로젝트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2015년 출범한 울산만명게놈 프로젝트 소식.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는 올해 2월 고대인 게놈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뿌리를 밝혔다. 6월에는 UNIST 게놈연구소를 ‘게놈산업기술센터’로 확대 개소하면서 게놈 관련 기술 실증화를 위해 기업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센터는 연구를 넘어 국민과 기업에 게놈산업혁명의 결실인 맞춤 의료·정밀 의료 혜택을 경제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 중이다. 게놈을 중심으로 각종 바이오 신약의 임상 실험과 맞춤형 의료의 근간을 마련하는 융합연구와 게놈기술 산업화가 기대된다.
2016년 6월 ‘하이퍼루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시작된 하이퍼루프 관련 연구개발도 작은 성과를 보였다. 한국형 하이퍼루프로 불리는 유루프(U-Loop) 모델을 10월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이재선 교수팀은 하이퍼루프의 주요 개념인 진공튜브, 부상, 리니어모터 구동 등을 작은 스케일로 구현했다. 유루프 모형은 아직 모델 단계지만 주요 원리를 토대로 실제 구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UNIST는 하이퍼루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기계공학, 전기, 통신, 디자인 등의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똥을 돈으로 사용하는 ‘똥본위화폐’를 제시한 사이언스월든(Science Walden)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5년간 연구비 10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과학기술에 예술과 인문학을 융합함으로써 인간 소외, 소통 부재,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예술 연구 프로젝트가 시즌2를 맞게 된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도시환경공학부 조재원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똥본위화폐를 도시와 마을 등 공동체에 적용하는 연구를 위해 생활형 실험실을 구축할 계획이다.
Globalization: 독일 3대연구소, 하버드공대와 손잡다
5월부터 UNIST는 독일 ‘헬름홀츠 율리히(Helmholtz Juelich) 연구소’와 함께 공동 연구에 나섰다. 이로써 UNIST는 독일을 기술강국으로 이끄는 3대 연구기관인 헬름홀츠,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와의 공동 연구센터를 모두 구축했다.
‘UNIST-헬름홀츠 율리히 미래에너지 혁신 연구센터’는 신소재공학부 조욱 교수를 필두로 미래 지향적 에너지 원천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 막스플랑크 분자생의학연구소와 공동 연구하고 있는 ‘한스쉘러 줄기세포연구센터’는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를 중심으로 줄기세포와 재생의학 분야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2016년부터 구축을 시작한 프라운호퍼 화학기술원 분원인 ‘프라운호퍼 프로젝트 센터’에서는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박영빈 교수 주도로 차량용 섬유 강화 복합재 등 경량 소재 핵심 원천 및 양산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3D프린팅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도 UNIST를 주목했다. 벨기에의 3D프린팅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머티리얼라이즈(Materialise)’는 5월 UNIST와 협약을 맺고,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항공기, 조선 등 수송기기의 경량화 부품 제작 관련 공동 연구에 나섰다.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김남훈 교수는 3D프린팅 기술로 전기차의 전측면부와 바퀴, 좌석 등을 만들어 선보이며, UNIST가 보유한 3D프린팅 기술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는 UNIST와 하버드공대의 ‘학부생 인턴십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하버드공대가 학부생 교육을 위한 한국 파트너로 UNIST를 선택한 것이다. ‘UNIST-하버드공대 하계 프로그램(UNIST-Harvard SEAS Summer Program)’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UNIST와 하버드공대,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에서 각각 5명씩 15명의 학생을 선발해 2주 동안 연구와 교육, 문화 교류 등을 하도록 구성됐다.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시각을 길러주면서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배우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