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울 동문은 UNIST에서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한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평소 더 많이 여행을 다니고픈 마음에 아르바이트에 열을 올렸고 방학만 되면 필리핀, 인도, 영국, 일본 등으로 떠나기 바빴다. 일본에 다녀온 횟수만 40차례가 넘을 정도다. 낯선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성향 덕분일까? 조찬울 동문은 해외 취업으로 자신의 잠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9월부터 아마존 재팬에서 근무하게 된 조찬울 동문을 만나 다사다난했던 취업 성공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인난이 심한 일본이라지만 유명 기업은 여전히 무풍지대다. 취업 준비생이 서로 가고 싶어 해 늘 입사원서가 빗발친다. 이런 일본 기업에 조찬울 동문이 당당하게 입성했다. 그는 어떻게 좁고 험난한 일본 취업에 성공한 것일까? 해답은 일본 기업의 인재 채용 방식에 있었다.
조찬울 동문은 자신을 ‘한국 기업을 사로잡을 만한 스펙이 없는 취업 준비생’이었다고 소개했다. 영어 실력은 UNIST 졸업 요건인 토익 800점이 조금 넘는 정도 이고, 보유한 자격증도 없었다.
“스펙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경쟁력이 없는 셈이죠. 그래서 일본으로 눈을 돌렸어요. 서류보다는 열정과 성장 가능성 등 사람을 보고 채용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고, 또 학창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일본 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이 승산이 있겠다 싶었어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영어로 진행된 학교 수업 덕분에 영어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또 경영학을 전공한 문과생이지만 부전공으로 디자인, 교양 수업으로 기계공학, 프로그래밍, CAD 등을 배워 이공 계열에 대한 지식을 갖춘 ‘융합형 인재’라는 점이 일본 기업의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라쿠텐, 파나소닉, 아빔컨설팅, 에디온, 카츠미디어웍스 등의 일본 기업에 지원해 합격했다. 당시의 여건과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입사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일본 기업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 특히 라쿠텐이 합격 소식과 함께 해준 조언이 이후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제게 일본 기업 문화를 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요. 한국인이라 생각지 말고, 일본인이라 생각하고 입사해야 한다고요. 제가 일본으로 취업을 결심한 건 일본을 발판 삼아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어서였는데, 예상했던 분위기와 달리 경직되고 보수적인 분위기라 놀랐죠. 면접 과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실들을 몰랐을 겁니다. 면접은 회사가 저를 판단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제가 기업을 탐색할 기회이기도 했어요.”
아마존 재팬이 찾는 인재는 바로 나
일본의 여러 기업에 도전한 조찬울 동문이 최종적으로 입사를 결정한 곳은 바로 아마존 재팬이다. 2억 점이 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일본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재팬은 아마존의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하며 미국 본사를 견줄 정도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14개국 전자상거래(EC, Electronic Commerce)사이트와 50곳이 넘는 물류센터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드론 물류 등 다양한 시도를 펼쳐 일본 내에서도 선진 기업으로서의 입지가 굳건하다.
“아마존 재팬에 지원해 세 차례의 면접을 거쳤습니다. 지원자를 배려하는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일본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인재상을 중요시하는데, 아마존 재팬은 특히 그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 같았어요. 아마존이 생각하는 리더십 조건에 걸맞은 인재를 뽑길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인재 요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강조했지요.”
조찬울 동문이 지원한 분야는 사이트 머천다이징(Site Merchandising)이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보여주는 방식을 전략적으로 설계해 판매를 유도하듯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상품을 효과적으로 노출시키고 구매를 이끌어낼지 전략을 짜야한다. 사이트 머천다이징은 바로 이 부분을 고민하는 영역이다. 그는 창업과 인턴 등 다양한 학창 시절의 활동을 이 업무와 연관 지어 설명하면서 관심과 역량을 표현해 점수를 땄다. 여기에 3차 면접에서의 대답이 쐐기를 박았다.
“모든 면접이 영상으로 진행됐어요. 3차 면접에서 제가 실패했던 일을 꺼내기에 허심탄회하게 제 잘못을 인정하는 대답을 내놓았죠. 사실 저는 이 질문을 받고 어렵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마존 재팬이 가장 중요시하는 인재상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덕목이었어요. 솔직함이 승부수가 된 셈입니다.”
다양한 경험이 가장 큰 자산
조찬울 동문은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다양한 경험으로 내실을 다져왔다. 2016년에는 메디치씨앤에스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일본의 프랜차이즈 계약 방법 및 인사, 금융, 부동산 활용 방법에 관한 경험을 쌓았다. 뿐만 아니라 UNIST 글로벌경제연구소에서 3개월 동안 엔화 약세의 영향 및 국제기구에 관한 논문을 분석하는 조사 담당으로 활동했다. 아울러 해외 유학 장학생으로 UNIST에 입학한 덕분에 2017년 런던예술대학교로 어학연수도 다녀올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내내 각종 비즈니스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물론 UNIST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을 대기업에 회화 전문 강사로 파견하는 창업으로 현대자동차와 계약을 맺는 성과를 이뤄냈다. 즐거운 대학 생활을 위해 시도한 경험이 취업에서 강점이 된 것이다.
“제가 도전한 창업 중에 성과를 이룬 사업도 있지만 사실 실패한 게 더 많아요. 때로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큰 자산이 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해외 취업을 권하고 싶습니다. UNIST 졸업생이라면 충분히 일본 기업에 취업할 수 있어요. 대신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일본어는 필수입니다. 저는 군 복무 시절, 1년 정도 일본어 공부에 집중한 덕분에 현재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구사합니다. 한국의 인재보다 더 뛰어난 인재를 해외에서 본 적이 없어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세요. 여러분이라면 충분합니다!”
조찬울 동문은 일본에서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UNIST 출신이라면 이 정도의 마음가짐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실패도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앞날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