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동문이 올해 경북대학교 정밀기계공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2009년 UNIST 1기로 입학한 김지수 동문은 대학원도 UNIST에서 마쳤다. 은사인 박형욱 교수 연구실에서 소재의 표면 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표면처리 방법과 생산공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북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꼴로 모교를 방문해 연구실을 찾곤 한다.
“UNIST 1기는 모두 형제이자 동지들이다”
유난히 끈끈한 연대의식을 자랑하는 UNIST 1기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김지수 동문도 그중 한 명이다. 발전 가능성이 큰 대학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UNIST 1기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 2009년 입학해 2019년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을 졸업했으니 꼬박 10년을 모교와 함께 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모교의 성장은 스스로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학교가 입학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제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습니다. 모교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느라 노력하며 저도 함께 성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창기의 캠퍼스를 생각하면 캠퍼스 자체도 참 많이 변했어요.”
UNIST가 선사해 준 좋은 환경, 고마운 은사님
입시 원서를 작성하는 마지막 날까지 고민을 했다는 김지수 동문. 다행히 대학 입학 후에는 한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내가 UNIST를 선택하길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정작 학창시절이 아니라 대학원 졸업 후 사회에 나갔을 때였다.
“UNIST에서 공부하는 동안엔 다른 대학의 친구들과 학업 환경을 비교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누리는 다양한 혜택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원 졸업 후 소재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다른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정말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당연하게 여겼던 분석실험조차도 원활하지 않은 대학이 있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김지수 동문의 모교 자랑은 교수님 자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대학원 시절 교수님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연구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제자들의 연구 논문을 위해 기꺼이 함께 밤을 새우는 교수님이 그리 흔치 않다는 것도 세상에 나가서 알게 되었단다.
“학생들의 연구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공부하셔서 지도를 해주셨고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학생들과 함께 연구결과를 검토하시곤 하셨어요. 학생들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굉장히 부러워하더라고요.”
대학원에서는 6년간 전자빔을 활용한 금속, 폴리머, 복합재 등의 표면처리 공정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기계공학에서 소재의 표면 물성은 기계 시스템 전체의 품질과 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는 소재의 표면 물성(내식성, 내마모성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응용한 표면처리 및 생산공정에 관한 연구를 중점 연구 분야로 학위 과정을 마쳤다.
특히 UNIST의 융합 연구 특성을 적극 활용해 기계공학 분야 외에도 에너지빔을 활용한 전극 생산공정, 표면처리층의 전기화학적 특성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김지수 동문은 현재까지 1저자 논문 10여 편을 포함해 총 23편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동아리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
김지수 동문은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동아리를 꼽았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축구는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특히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공을 차면서 위안을 받기도 했다.
“지구방위대라는 축구동아리인데 아직까지도 동아리 친구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연구로 한창 바쁠 때 전국 축구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연구실에 휴가를 내고는 축구하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렇게 철없이 놀던 친구들이 이제 절반 이상이 박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철없던 학생은 어느새 어엿한 교수님이 되었다. 학창시절 은사님들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을 나눌 제자들이 생긴 것이다. 임용된 지 한 학기가 지났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있어 그 점이 못내 아쉽다.
“학생들 얼굴을 보지 못하고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새롭게 경험하는 강의방식과 독립적인 연구수행에 대해 걱정과 기대를 함께 품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UNIST에서 보고, 배운 대로 학생 지도와 연구를 수행해나간다면 좋은 연구자, 교육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지수 동문은 ‘후배들이 걸어갈 길을 먼저 걸으며 발자국을 만드는 선배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로를 선택하고 연구를 수행할 때 선배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은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며 ‘선배들을 마음껏 활용하라’는 김지수 동문의 말에서 UNIST 1기 선배다운 든든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