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의 원형이었던 골프카트는 이동만 하면 돼 배터리 크기가 작았다. 그런데 미래에 우리가 바라는 전기자동차는 각종 기능이 들어가므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만큼 배터리 용량도 커지고 차체는 무거워진다.
기존 자동차는 엔진 무게가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무게가 전체 자동차의 40%를 넘어 간다. 자동차가 무거우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무거워진 만큼 감량해야 한다.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다른 소재를 가볍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자동차가 무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철강을 소재로 쓰기 때문이다. 철강은 강도와 내충격성이 우수하지만 그만큼 밀도가 높아 무겁다. 최근에는 강도를 높이면서 가벼운 금속 소재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전체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이 많다.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박영빈 교수는 자동차 몸체를 구성하는 소재로 ‘탄소섬유 복합재료’에 집중하고 있다. 한 묶음에 몇천에서 몇만 가닥이 모인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훨씬 높은 물성을 갖는 소재다. 하지만 형태가 실이나 천과 비슷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루는 구조물로 만들기는 어렵다.
박영빈 교수는 “최근에는 탄소섬유에 액상 또는 용융 수지를 주입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기반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에 성공한 차종이 바로 BMW에서 선보인 i3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보다 30% 이상 무게가 줄어든다. 1톤짜리 자동차가 700kg으로 가벼워진다는 얘긴데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기존의 복합재는 성형시간이 오래 걸려 항공우주나 국방과 같은 특수한 분야에 주로 사용됐다. 복합재가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려면 대량생산 환경에 적합한 복합재 고속성형기술과 기존 금속소재와 차별된 복합재 부품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i3를 개발한 독일의 4대 연구소 중 하나인 프라운호퍼의 울산 분원을 설립해 하반기 유치를 앞두고 있다”며 “프라운호퍼와의 협업을 통해 UNIST만의 탄소섬유 복합소재 기술 자립을 목전에 뒀다”고 기대했다.
박영빈 교수가 말하는 자동차 소재 변화:
“현재 차의 주요 하중부재를 이루고 있는 철강을 대신할 소재로 탄소섬유가 한창 개발되고 있죠. 소재의 개발은 차량 경량화 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해요. 이밖에 제가 오랜 기간 연구한 나노복합재는 미래 자동차의 기능성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구조물에 균열이 가면 사이가 벌어지면서 틈이 생기는데, 나노복합재는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입자들이 조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거든요. 이 네트워크가 변형되거나 끊어질 때 나타나는 전기적 신호의 변화로 자동차 구조의 변형이나 파손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