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UNIST의 새 워드마크가 선을 보였다. U, N, I, S, T 다섯 개의 알파벳은 분절된 듯 연결되며 단단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기하학적 형태를 갖췄다.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섯 글자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4년 총학생회 ‘온누림’의 기획홍보국에서 일하던 나동현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학생과 김태윤 기초과정부 학생이다. 이들은 워드마크와 일관성을 가지는 형태로 21개의 글자를 디자인해 ‘UNIST 서체(UNIST font)’를 만들었다.
새로운 UI에 맞춰 알파벳 26글자 폰트개발
UNIST의 사진 동아리 ‘스튜디오 인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온누림의 기획홍보국에서 일하면서 UNIST 서체를 제작하게 됐다. 나동현 학생은 “작년 7월 홍보대외협력팀과 만나면서 총학생회가 추진할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UNIST 서체도 그 중 하나”라며 “새로운 UI가 만들어지면서 학부 이름 등을 표현하는 일관성 있는 서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두 명의 학생 모두 서체를 개발해 본 경험은 없었다. 김태윤 학생은 “우선 만들기로 결정한 다음 방법을 찾았다”며 “평소 홍보 포스터 등을 만들면서 생긴 감각을 발휘해 글자를 디자인하고, 인터넷을 뒤져 스물 하나의 글자를 서체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만든 UNIST 서체는 영어 알파벳 26자에 국한된다. UNIST 워드마크가 대문자와 소문자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대문자와 소문자에서 특징적인 부분만 따왔다. 알파벳 i와 m, n은 소문자 형태를 기본으로 하며, 나머지 글자들은 대문자가 기본이다.
글자를 이루는 선이 굵고 분절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마치 전자 신호가 전달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씨들은 과학기술대학교의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나동현 학생은 “워드마크로 만든 5개 글자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일관성을 주는 데 주력했다”며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큰 제목 등으로 활용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UNIST 대표 홈페이지서 내려받아 활용 가능
아쉽게도 UNIST 서체는 한글이나 숫자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5개의 글자가 미리 만들어져 있던 알파벳과 달리 한글과 숫자는 만들기 까다로웠다. 김태윤 학생은 “한글 서체는 알파벳처럼 글자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형태라 개발하는 데 훨씬 많은 노력이 든다”고 영문 서체만 개발한 이유를 밝혔다.
두 학생이 개발한 UNIST 폰트는 대표 홈페이지 ‘UNIST 소개’에서 ‘UI 색상 및 서체’을 선택하면 내려 받을 수 있다. 윈도우에서 폰트를 설치하면 포토샵이나 MS워드에서 UNIST 서체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한글 서체가 개발되지 않아 한글과컴퓨터에서 개발한 워드 프로그램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UNIST 폰트 개발자, 나동현·김태윤은?
올해 3학년이 되는 나동현 학생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를 전공으로 삼았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활약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지만 디자인에 대해 늘 고민한다. 그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다는 건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걸 고려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걸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학생은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로 전공을 선택할 계획이다. 산업디자인 분야를 공부해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게 꿈인 그는 “모든 제품의 기본은 과학이지만 사람들은 예쁜 것을 찾는다”며 “예쁜데 과학적으로 효율적이면 가장 완벽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는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고교 시절부터 발명대회에 출전하면서 제품 디자인을 한 숨은 실력자다. 최근에는 KAIST President Fellowship이라는 장학단체의 로고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장학금이 새싹 같은 인재를 기르는 자금이라는 의미를 담아 새싹 모양으로 만든 로고는 현재 해당 장학단체의 공식 로고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누군가의 롤 모델(role mode)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