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식물인 황금(黃芩)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바이칼레인(Baicalein)’이 특정 원인으로 발생한 암을 고치는 물질로 떠올랐다.
명경재 생명과학부 특훈교수팀은 손상된 DNA를 고치는 과정에서 생긴 암세포를 잡는 데 바이칼레인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암 생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rch)’ 6월 4일자에 게재했다. 바이칼레인이 DNA 손상 복구과정 중 ‘틀린 짝 복구(Mismatch Repair)’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다게 핵심이다.
틀린 짝 복구는 DNA 복제 중 염기쌍이 잘못 결합되는 경우에 나타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장암의 10%는 틀린 짝 복구 과정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명경재 교수는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생성된 암세포는 항암제 저항성이 높아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암세포를 잡는 물질 개발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보건원이 DNA 복제와 손상복구 연구를 위해 공개한 약 30만 종의 화합물과 약 300개의 유효물질을 검사한 결과 바이칼레인의 효능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바이칼레인은 틀린 짝 부위, 다시 말해 DNA 염기쌍에 오류가 있는 부분에만 달라붙는다. 명 교수팀은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생긴 암세포와 정상세포에 바이칼레인을 붙인 다음, 이 물질이 세포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했다.
연구결과, 바이칼레인을 처리한 암세포에서 XPF라는 절단효소가 DNA를 자를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이 때문에 DNA 이중나선이 잘려졌고 결국 암세포를 죽게 만들었다. 바이칼레인을 이용하면 틀린 짝 복구 결함을 가진 암세포만 골라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생쥐를 실험 결과로도 검증됐다. 대장에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이 생기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로 4주간 실험했다. 이 생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일반음식을, 다른 쪽은 바이칼레인이 섞인 음식을 먹였다. 그러자 일반음식을 먹인 생쥐들에게서 대장암이 나타났고, 바이칼레인을 먹인 쥐들에게는 대장암이 거의 발병하지 않았다.
바이칼레인은 정상세포에서도 특수한 기능을 보였다. 정상세포에 바이칼레인을 처리하자 DNA 손상을 회복시키는 MutS단백질(MSH2-MSH6)이 세포 주기를 잠깐 정지시키는 확인점(Checkpoint)을 활성화시켰던 것이다. 바이칼레인은 정상세포에서 손상된 DNA를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도 이번 연구로 밝혀진 부분이다.
명경재 교수는 “바이칼레인이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생긴 암세포만 골라잡을 뿐 아니라 정상세포의 세포주기를 조절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어 생물학적‧의학적 가치가 높다”며 “이 물질은 향후 대장암을 비롯해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발병하는 다양한 암을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