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UNIST 1호 벤처기업 ‘㈜클리노믹스’가 상장 전 투자로 225억 원을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클리노믹스는 게놈 기반의 질병 진단과 예방, 모니터링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으로, 게놈 기술로 한국인의 뿌리를 추적하고, 국민 표준 게놈 지도를 공개하는 등 굵직한 연구 성과로 주목받아온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공동대표(CSO)로 재직하고 있다. 클리노믹스가 이번에 유치한 투자액은 비상장 진단바이오텍 기업 중 최고 규모로, 탄탄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전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클리노믹스는 UNIST 실험실 창업의 대표적 사례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우수한 기술을 논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 담 밖으로 꺼내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양질의 연구를 바탕으로 유망한 기술을 발굴하고, 창업을 통해 이들의 기술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UNIST는 다양한 창업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해외시장까지’ … 원스톱 창업 지원시스템
UNIST는 현재까지 교원창업기업 38개사를 배출했다. 재직 중인 전임교원이 325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교수 10명 중 1명 이상은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학생창업도 45개사로, 도합 83개 회사가 UNIST 구성원에 의해 세워졌다. 이처럼 UNIST에서 적극적인 창업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활한 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있었다.
대학의 기술을 창업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실험과 연구에 익숙한 연구자들이 창업이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UNIST가 초기 창업 준비 단계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까지 단계적 성장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UNIST의 ‘원스톱 창업 지원 시스템’은 ‘창업-성장-투자회수’에 이르는 창업 과정의 전 주기를 관리하며 기업성장과 도약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창업을 원하는 누구나 적절한 교육과 투자유치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망한 기술을 가진 구성원들은 UNIST기술지주회사, 선보엔젤파트너스, 미래과학기술지주를 통해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지역 기반의 외부 엑셀러레이터로, UNIST 학내에 사무실을 배치해 적극적으로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사업화가 기대되는 기술을 찾아내 이를 적극적으로 창업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초기 창업을 진행하면, 이후 성장규모에 따라 단계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UNIST는 유관 금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단계별 투자 유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리즈A는 라이트하우스컴바인과 한컴인베스트먼트, 시리즈B는 기술보증기금을 연결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했으며, 시리즈C까지 규모가 확장되면 미래에셋대우, BNK금융그룹 등 금융투자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과 투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더불어 창업기업들에 대한 전용공간 지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내 공학관과 경영관 일부를 활용해 상주 사무공간과 연구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엔 학생창업 전용공간인 ‘유니스파크’를 활용해 10개 창업팀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며, ‘유니콘 프로젝트’ 등 체계적 교육을 통해 창업에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UNIST 창업, 시작부터 세계무대를 목표로!
UNIST 연구실에서 생산되는 연구논문은 대부분 국제 학술지 게재를 위해 작성된다. 연구의 무대가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기업 또한 세계무대를 목표로 해야 한다. UNIST가 초기부터 글로벌 창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UNIST는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창업 지원을 위한 파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협정을 맺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세 곳으로, 미국의 UC 버클리와 UC 샌디에이고, 그리고 스위스의 바젤대학교가 UNIST 글로벌 창업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 UC 샌디에이고와 바젤대학교는 바이오테크 분야 창업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미국의 3대 바이오클러스터로 유명한 지역으로, UC 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한 우수한 산학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돼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바이오 분야 창업기업의 세계 진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클리노믹스가 샌디에이고 파견 프로그램에 참여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바이오, 제약 산업의 선두주자인 스위스에서의 경험 또한 임상 실험과 국제 인증에 대한 수준 높은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분야 이외의 창업회사들은 UC 버클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을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공식 파트너 대학에게 주어지는 입주공간을 활용해 실리콘벨리의 우수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진행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현재까지 6개 팀이 파견돼 글로벌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고 돌아왔다.
UNIST서 탄생할 유니콘 기업 기대 … 동남권 창업생태계 중심 될 것!
UNIST는 2040년까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8곳,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 2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계속해서 창업지원에 매진한다. 대학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다면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겠다는 것이다.
2019년 5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346개이며 이중 한국 기업은 8개에 불과하다. 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대학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을 이용한 창업 활성화는 혁신성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실제 영국의 케임브리지 시는 케임브리지대학을 중심으로 한 사이언스 파크의 구축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창업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벨리 또한 스탠퍼드대학을 비롯한 우수한 대학들의 힘으로 혁신을 이끄는 지역이 됐다. 이들 사례는 우수한 대학의 역량이 지역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UNIST 또한 지역 창업생태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대학으로 성장해나갈 방침이다.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까지 앞장설 수 있는 혁신성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창업 인프라 구축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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