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일 UC버클리에 ‘UNIST 글로벌 혁신 캠퍼스’가 열렸다. UC버클리의 글로벌 혁신 캠퍼스 프로그램(GICP)에 참여할 5개 대학 중 하나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UNIST는 이 사무소를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창업 지원정책을 벤치마킹해 UNIST 벤처와 지역기업의 기술을 해외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이 전략의 선봉에 있는 UNIST 산학협력단장 배성철 교수를 만났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수도입니다. 이런 지역적 장점을 제대로 살리면 산업화의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습니다. UNIST 산학협력단은 울산에서 세계시장을 바라보는 기업을 만들고 육성하려고 해요.”
배성철 단장은 UNIST의 창업진흥센터와 기술사업화센터, 산학혁신팀을 이끄는 수장이다. 과거 미국에서 사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UNIST의 산학협력을 총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떨어진 특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울산의 산업체와 연계가 쉽고, 울산에 위치한 과학기술원으로서 지방자치단체와 손발을 맞추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강점들을 이용해 그는 지난 2년간 다양한 창업 성과를 이뤘다. 생명과학부 조윤경 교수의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한 ‘(주)클리노믹스’와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의 ‘(주)제로믹스’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영식 교수의 해수전지 기술도 ‘(주)421에너지’라는 벤처 기업으로 탄생했다.
“UNIST에서 개발한 우수한 기술이 국내에 국한되는 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해외 유수의 대학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법을 추진해왔어요. 창업진흥센터에서 담당하는 해외 창업 프로젝트들이 결실을 맺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UNIST 기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경험에서 얻은 지혜, “아이디어가 전부는 아니다”
지금이야 산학협력단을 이끌고 있지만, 배 단장은 원래 사업에 뜻이 없었다. 사업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큰 고비를 겪다 보니 안정된 직장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게 행복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런 그가 사업과의 인연을 맺게 된 건 우연이었다.
POSTECH 1회 졸업자인 그는 국내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14년간 레이저 분광학에 집중했다. 당시 스티브 그래닉 교수와 함께 연구했는데, 그에게 배 단장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학부생 시절부터 고장난 레이저를 고치거나 필요하면 새로운 형태의 레이저 장비를 만들기도 한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장비가 변변찮다 보니 능숙하게 레이저를 분해하고 조립하게 됐어요. 그런데 동료들이 제게 종종 현장에 필요한 기기를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티타늄 사파이어 레이저를 병원에 가지고 가고 싶어 했죠.”
배 단장은 기존 레이저에서 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장착된 수냉식 쿨러를 바꾸기로 했다. 덩치가 크고 복잡해 이동시키기 불편한 부분을 고쳐 동료들이 원하는 레이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배 단장의 얼렁뚱땅 창업의 시작이었다.
그는 퇴근 이후 시간을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1년 정도 지나자, 큰 냉장고 부품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공랭식 레이저가 만들어졌다. 제품이 나왔으니 힘든 시간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사업은 연구와 달랐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판매와 지속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자를 만나는 등 해결할 일이 쌓여갔다. 오직 제품 개발에만 집중했던 그의 사업은 잠시 정체기를 맞았다. 그렇게 그의 첫 사업은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보일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멈췄던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다시 시작했을 때 저는 아이디어만 가진 초보 사업가가 아니었어요. 실제 판매 가능한 상품을 가지고 있었고 레이저 전시회 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상품을 알리며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창업 아이디어 결실 맺는 UNIST 캠퍼스 꿈꾼다
UNIST에 터를 잡은 배 단장은 우수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학생과 교수의 창업 지원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교수들의 기술사업화는 아이템이 뚜렷해 성과가 확실한 편이다. 반면 학생 창업은 아이디어 기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배 단장은 부트캠프나 스타트업 클리닉 등을 통해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UC어바인 내 작은 공간에는 멘토 두 사람이 상주해요.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른 학생들이 찾아가 상의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멘토들의 철칙은 ‘절대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설사 그 아이디어가 형편없고 우스워 보일지라도요. 대신 ‘이런 건 생각해봤어?’라고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다듬게 돕죠.”
배 단장은 학생들의 창업에는 UC어바인에 상주하는 멘토처럼 도와주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아이디어든 쓸모 있게 만들도록 돕는 게 UNIST 산학협력단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배 단장은 “작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정성껏 물을 주고 영양분을 공급해성공적인 창업으로 키워내겠다”며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 않는 용기’만 가지면 된다”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격려했다.
UNIST의 해외 창업 전진 기지 구축!
UNIST 산학협력단은 UC버클리와 협업해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고 UNIST 내 다양한 연구들을 글로벌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해부터 UC버클리 내 사무소를 개소해 실리콘밸리 진출 창업을 희망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배성철 단장은 향후 우수 기업 GICP 입소 및 실리콘밸리 진출, 우수창업지원 프로그램 교류와 기타 해외 우수 대학과의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글로벌 창업보육에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