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와 호주 연방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인공지능을 유기 태양전지 개발에 접목한 기술을 선보였다. 유기 태양전지를 비롯한 다양한 인쇄형 광전 소자 개발 연구를 가속화할 새로운 연구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저널은 해당 연구를 6월 17일자 표지(Outside Front Cover)로 공개했다. 저널편집자 등이 뽑는 ‘주목받는 논문(Hot Article)’로도 선정됐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진영 교수팀과 연방과학기술원 박두진 박사팀은 고성능 유기 태양전지 생산에 필요한 재료 성분비와 적층 두께 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예측모델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인공지능(머신러닝)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셋(set)은 롤투롤(R2R) 공정으로 유기 태양전지를 대량 제조함으로써 쉽게 확보 할 수 있었다.
유기 태양전지는 유기물, 첨가제 등이 섞인 용액을 기판위에 코팅해 만든다. 가벼우면서도 유연한 필름형태로 만들 수 있고 값도 싸서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힌다. 상용 태양전지 대비 낮은 효율이 문제지만 최근 다성분 유기 태양전지가 개발돼 전지 효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다성분 유기 태양전지가 개발되면서 최적화 작업은 더 까다롭게 됐다. 유기 태양전지는 재료 혼합비나 적층 두께별로 성능이 달라져 개발된 전지 성능을 최대치로 올리는 조건을 찾는 최적화 작업이 필요한데, 성분이 늘어 경우의 수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최적 성능 조건을 쉽게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머신러닝은 학습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은데, 롤투롤 공정으로 2,000개가 넘는 유기 태양전지 조합을 가진 소자를 제작해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었다. 롤투롤(Roll-to-Roll)은 원통막대(Roll)에서 풀려나가는 기판위에 유기 태양전지 재료를 인쇄한 뒤 이를 다시 다른 원통막대(Roll)에 감아내는 공정방식이다. 기판 위치별로 성분비와 적층 두께 등 조합이 다르게 설계됐다.
제1저자인 UNIST 안나경 박사는 “롤투롤 공정으로 생산된 다양한 조합의 유기 태양전지 데이터를 머신러닝이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디지털화하기 위해 ‘인쇄 밀도’(Deposition Density)라는 새로운 값을 고안했다”며 “롤투롤 장비만 갖춰진 장소라면 공개된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로 예측모델을 만들 수 있어 실험 접근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또 롤투롤은 상업화된 공정이라 유기 태양전지의 대량 생산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실험에서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10.2%인 전지를 제조했는데, 이는 롤투롤 공정으로 제조된 인쇄형 유기태양전지 최고 효율 기록이다.
호주연방과학원(CSIRO)의 박두진 박사는 머신러닝 모델 학습과 최적화 조건 예측을 수행했다. 최고 효율이 나오는 조건과 박막 두께별 효율 편차가 적은 조건을 동시에 찾는 작업을 했다.
박두진 박사는 “상업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조건뿐만 아니라 박막의 두께 변화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높은 성능을 유지하는 조건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며 “두 조건 모두를 예측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유기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김진영 교수는 “단일 연구에 2,000개 재료 조합의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고 분석한 전례가 없다”며 “학습 데이터를 더 늘려 정확도가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면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발광다이오드, 광 검출기 등의 인쇄형 전자 소자 재료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 호주 재생에너지 기구(Australian Renewable Energy Agency)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