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가 행정고시(5급 공채) 기술직 합격자를 배출했다. 도시환경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나현 학생이다.
이나현 학생은 지난 11월 18일 발표된 2021년도 5급(기술)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9:1의 경쟁을 뚫고 올해 단 두 명만 뽑은 기상 직렬에 합격했다.
어렸을 때부터 날씨와 기상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이나현 학생은 이제 그 일기예보를 직접 만드는 예보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달 19일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이나현 학생을 캠퍼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나현 학생과 일문일답>
Q. 행정고시에 합격한 걸 축하드립니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A. UNIST 도시환경공학과 16학번 이나현입니다. 울산에서 나고 자란 울산 토박이입니다.
Q. 행정고시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대기과학을 공부하겠다는 꿈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지만 고시 도전은 사실 생각지도 못한 거였어요. 학부생 인턴을 할 때 대학원 진학과 다른 진로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우연히 행정고시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과 협력하고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조금 더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았습니다.
Q. 대기과학을 공부하겠다는 꿈을 어렸을 때부터 가졌다는 점이 신기하네요. 자세히 설명해 주실수 있을까요 ?
A. 어릴 때부터 날씨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는 기상청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는 게 제 일과였죠. 날씨도 확인하고 엘니뇨 라니냐 같은 기상기후 지식도 읽어 보고 그랬어요. 사실 그 때는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아니었지만요.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사이신 어머니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자연 현상을 항상 재밌게 설명해 주셨거든요.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도 지구과학이었어요.
또 실제로 대학에 와서 공부하다보니 정말 매력 있는 학문이라고 느꼈어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킨다’ 라는 나비효과란 말이 있듯이 예측은 어렵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Q. 기상직은 좀 낯선데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A. 예보관이 돼서 날씨를 분석하고 일기 예보를 작성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기상과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도 해요. 또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서 국제협력 업무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정보가 많지 않은 소수 직렬인데다가 울산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공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학교에서 공부했던 과목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연구실에서 인턴을 할 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스터디 그룹에서도 많은 지식을 얻었고요. 공부하다가 어려운 점이 생기면 도시환경공학과 여러 교수님들께 전화나 메일로 여쭤보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올해시험을 준비할 때는 본격적으로 답안지 쓰는 연습도 하고, 시험장에서의 감을 쌓으려고 서울에 올라가서 공부를 했어요.
Q. 공부하면서 힘들 때는 없었나요?
A. 우리 학교에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지도 않고, 제 주변에도 같이 준비하는 친구가 없어서 혼자 공부하는 게 외로웠어요. 기술직 특성상 학원도 없고 정보도 구하기 힘들어서 혼자 알아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심했고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러한 이런 외로움과 압박감을 이기려고 했어요. 주변 친구, 가족들과 많은 힘이 됐고요. 또 교수님들도 제가 항상 조언을 구할 때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공직자가 되고 싶은가요?
아무래도 기상청 업무는 국민 안전과 밀접하다 보니 그에 따른 책임과 무게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겸손한 자세로 계속 배우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UNIST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도전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해요. 겉으로 보기에는 제가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거든요. 기상 직렬은 매년 2명이라는 소수 인원을 뽑거든요.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죠.
도전이라는 게 꼭 다른 진로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지금 전공이 어려우면 다른 전공을 탐색해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실험이라고 해도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용기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또 혹여나 자신이 연구자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자책하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구가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이공계 전문성을 살릴 기회가 많으니까요. UNIST가 키우는 과학 기술인에 꼭 연구자만 포함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기술직 공무원도 학교에서 배운 과학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에 포함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