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분자와 게스트 분자간의 결합력을 직접 측정해 정량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약물전달 시스템, 생체 센서 개발의 데이터베이스로 쓸 수 있을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의 이동욱 교수팀은 호스트-게스트 상호작용(host-guest interaction) 접착 에너지를 실제 사용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호스트 분자인 사이클로덱스트린과 게스트 분자간의 접착 에너지를 정량화 하고, 접착 에너지가 강해 질 수 있는 조건도 찾아냈다.
연구팀이 사용한 호스트 분자인 사이클로덱스트린은 겉은 물에 녹는 친수성이지만 내부 구멍은 기름에 친화적인 소수성이라 소수성인 약물 게스트분자를 내부에 접착해 체내로 잘 전달할 수 있다. 또 게스트 분자 종류에 따라 접착력 세기가 달라지는 성질이 있어 생체 센서나 접착제 시스템 개발에도 응용 할 수 있다.
이러한 호스트-게스트 상호작용을 실제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종류의 분자 간 접착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전에는 이론 등에 기초해 단일 분자 수준에서만 그 접착력을 평가해 왔다. 실제로는 게스트 분자와 호스트 분자 1개씩만 있는 것이 아닌 수십~수백 개의 분자가 함께 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환경에서 분자 간의 접착력을 알아내는 것이 정확한 시스템 설계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표면 힘 측정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계산해 냈다. 측정기 내부에 위치한 마주보는 두 표면에 사이클로덱스트린을 부착한 뒤, 이 사이로 게스트 분자인 아데만테인 이합체 수용액을 넣으면 사이클로텍스트린과 아데만테인 분자 간의 호스트-게스트 상호작용의 크기인 접착력을 알 수 있다.
측정결과, 호스트-게스트 접착력은 수용액 내 게스트 분자의 농도에 따라 증가했다. 또 접착력이 최대가 되는 사이클로덱스트린 호스트 분자 고리의 크기도 찾아냈다. 이 분자 고리는 게스트 분자를 담는 오목한 그릇 역할을 하는데, 특정 분자 고리 크기에서 접착력이 컸다. 호스트 분자 고리의 크기가 게스트 분자인 아데만테인의 크기와 비슷해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제시한 분자 간 접착력 측정 방법의 유효성도 검증했다. 표면 힘 측정기로 측정한 힘을 단일 분자간의 접착 에너지 값으로 환산해 알려진 값들과 비교한 것이다. 비교 결과 연구진이 측정한 값은 기존의 이론 기반 계산 값이나 실측된 결합상수 정보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제 1저자인 박진태 연구원(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은 “계면 힘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을 통해 중요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며 “이번에 제시한 연구 방법은 호스트-게스트 분자 상호작용을 비롯한 여러 초분자시스템 기반 물질의 실용화를 한 단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초분자시스템은 서로 다른 종류의 분자 간에 작용하는 힘에 의해 분자가 특정한 구조와 성질을 갖는 집합체를 형성한 상태를 말한다. 호스트-게스트 상호작용은 대표적 초분자시스템의 하나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1월 10일(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