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사건 중 하나가 ‘살충제 계란 파동’이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와 군산지역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으로 관계당국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바가 있다. ‘살충제 계란’ 사건은 새로운 종류이지만, AI의 발생 및 확산은 매년 겪는다. 공학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IT(정보기술)로 이런 종류의 피해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사이언스’지 10월 호에는 AI 확산 원인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철새 이동으로 보고되었다. 다시 말해 철새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면 AI의 확산 경로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철새 이동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기술로 ‘초소형 전국 단위 자가충전형 모바일 트래커’를 들 수 있다. 철새에 부착해도 될 정도로 작고, 배터리 없이도 스스로 충전하며, 바이러스를 감지해 정보를 전달하는 전체 시스템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위치 추적’ 기술 중에는 3개 이상의 인공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신호의 감도를 역추적하는 삼각기법을 이용해 위도와 경도 정보를 얻는 기술은 GPS라는 이름으로 내비게이션 등 실생활에 많이 쓰인다. GPS 기술은 언뜻 듣기에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만큼 많은 전력소모가 필요한 부품이고, 배터리와 같은 ‘전원’이 없으면 동작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철새의 다리에 부착이 가능할 정도로 작으면서도 가볍고 위치 추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없이 위치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 상용화된 위치추적기는 철새에 부착하기에는 크기가 크다. 또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에 늘 위치정보를 받아오기 어려웠다. 배터리 없이 작동하도록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핵심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자연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태양광 에너지뿐만 아니라, 철새 체온 등의 온도 차에서 에너지를 얻는 온도 차 변환기, 철새의 움직임에 의해 에너지를 얻는 운동, 그리고 공기 중에 많이 존재하는 공중 전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RF 변환기 등을 조합해 꼭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모아 일정한 전류로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모바일 트래커를 작동시킬 수 있다.
모바일 트래커는 간단한 고유식별 번호(ID) 신호를 주기적으로 보내게 되고, 전국 단위로 분포된 이동통신 타워에 ID가 접수되어 해당 ID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된다. 전국에 분포된 셀룰러 타워에 접수되는 수많은 ID 정보는 빅데이터 처리 방식으로 분석해 각각의 ID가 어떻게 이동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시각화를 하게 된다. 셀룰러 타워의 밀도는 복잡한 도심 내에서는 10여 m, 한적한 시골에서는 500여 m 정도로 GPS만큼 정확도는 높지 않지만, 배터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1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와 무게로 전국 단위의 위치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매년 찾아오는 몇 마리 철새의 몸에 모바일 트래커를 부착하면, 해당 ID를 갖는 철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어느 특정 지역의 AI 발병이 확인되면, 최소한 해당 지역을 지나가는 철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다음 피해 지역의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모바일 트래커에서 수집된 방대한 위치정보는 통신 모듈을 통해 바로 전송되고, 이를 빅데이터 시각화 기술로 다듬으면 AI 예측지도 등을 만들 수 있다.
모바일 트래커 기술을 활용하면, 살충제 달걀의 유통단계에서도 달걀 트레이나 포장 등에 간단하게 부착해 각 영농가에서 생산되는 달걀 유통을 전국 단위로 시각화할 수 있다. 또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센서를 붙이면 미세먼지 분포도 시각화 등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일상에서는 지갑이나 소지품에 부착해 분실물 방지에도 활용 가능하며, 밴드 형태로 유아에게 착용하게 하면 미아 방지에도 유익하다.
그러나 자가발전형 전국 단위의 위치 추적 장치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가능하지만, 모든 개인이 이러한 모바일 트랙커를 지니게 되면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프라이버시가 없어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편리성’과 ‘보안’은 항상 상충하는 점이 아쉽다.
변영재 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