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도권 집값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현 정부 들어 많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도 없이 집값만 50% 이상 올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3전 23패라고 한다. OECD 최근 통계에 의하면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24배로 런던, 파리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부동산 세금 폭탄으로 집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아우성친다. 정부의 기본 원칙은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불평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76%(통계청, 비영리단체 포함)로서, 주요 선진국의 35~50%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래서 부동산 불평등이 국민의 소득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원인이다. 정의로운 사회에서 불로소득과 투기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요사이 정부가 마치 부동산시장과 싸움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보다 설득력 있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무엇이 불로소득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불로소득은 억제하고 정당한 노력의 대가는 오히려 권장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불로소득의 문자적 의미는 자신의 노력 없이 얻은 소득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많은 경제학자가 지대(地代), 즉 임대료(Rent)를 대표적 불로소득으로 지적해 왔다.
불로소득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우선 투기와 투자를 구분해야 한다. 투자는 투자 대상의 ‘가치분석’을 통해 부가가치를 획득하는 행위지만, 투기는 가치와 무관하게 주로 단기 ‘가격 차이’, 즉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고수익-고위험 행위다. 부동산 개발에 관한 내부 정보를 사전 이용한다든지 혹은 시장의 부동산투기 열풍에 편승해 고액의 단기매매 차익을 추구한다면 이는 투기다. 그러나 적절한 가치분석을 통해 가치변동의 차익을 추구한다면 투기가 아니라 투자로 볼 수 있다. 투기가 불로소득을 초래한다. 물론 공짜 복지나 상속재산도 불로소득이지만 불로소득의 주범은 투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투기와 투자의 구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당한 투자가 투기성 불로소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개인이 노후생계를 위해 평생 모은 돈으로 아파트에 투자해 얻은 임대소득이 부동산 소득이라는 이유로 불로소득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만약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여 같은 소득을 올렸다면 불로소득 논쟁에서 제외된다. 부동산 소득도 그 개인이 벌 수 있었던 투자소득, 즉 기회비용을 희생한 대가라고 보면 모든 부동산소득을 도매금으로 불로소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부동산 특히 토지는 공급의 제한성이 있음으로 주식 등 다른 투자보다는 공공성이 더 크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이 더 요구된다. 부유층의 투기성 다주택 소유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노후 생계형 부동산소득까지 모두 불로소득으로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래서 요사이 임대인들이 “우리가 투기꾼인가? 노후를 대비해 집 한 채 더 사서 월세 50~60만 원을 받으려는 게 투기냐?”라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부동산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경제적 고려 없이 ‘다주택자를 혼내 주고, 무주택자를 위로’하는 편 가르기 식 논리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옥석을 바로 가려 투기성 불로소득은 규제하고 정당한 투자는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둘째로, 현재 3000조 원이 넘는 시중 유동자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규제와 반기업 정서로 인해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혹은 주식 투기 열풍에 몰려서는 안 된다. 이 돈이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되도록 정책적으로 자금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경제도 회복된다.
셋째, 부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투기의 원인은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다. 2018년 금융위기도 인간의 돈에 대한 탐욕으로 발단됐다. 청소년들도 어려서부터 돈의 가치를 배우고 정당한 노력으로 돈을 버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한탕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 공짜 복지에 빠져서도 안 된다. 정치인부터 인기 영합적 공짜복지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불로소득을 자제할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은 통제하겠다면서 공짜 복지를 남발한다면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한된 자원에 대한 ‘분배적 정의’란 “각자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각자의 정당한 몫을 인정해야 정부가 의도하는 ‘부동산 정의’도 이뤄질 수 있다.
정구열 유니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본 칼럼은 2020년 8월 27일 부산일보 22면 ‘[중앙로365]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