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제정된 여성에 대한 차별 해소를 추구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한 단계 나아간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으며 동반성장 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가정에서는 부성권과 모성권이 동시에 보장될 수 있도록, 일터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기회와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법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이 현재 실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양성평등위원회를 설립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성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의 공학교육과 젠더 연구회 일원으로도 활동할 기회를 얻어 한 명의 과학기술인 그리고 공학자로서 양성평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크다.
양성평등을 향한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인종, 종교, 성별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 중 성별로 인한 차별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며, 이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이라는 큰 범주의 하나의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감과 불이익을 불러올 수 있는 언어 사용을 지양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회적 운동으로, 현재는 언어 사용을 넘어 편견과 그에 따른 불이익이 존재하는 여러 영역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의 예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과 아시아인들에 대한 배역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 그에 따른 백인 배우 위주의 기용 관행을 점차 없애 가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인간 사회에서의 도덕 윤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역사성(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과 사회성(사회적 약속)의 특징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흑인과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을 포함해 과거에 산재했던 그들을 향한 다수의 차별적 대우는 과거의 도덕 윤리 관점에서는 어긋나지 않았으나 현재에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간 사회에서는 여러 편견에 맞서 싸우고 저항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머지 않아 사회의 다방면에서 인간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인공지능의 경우는 과연 어떨까. 사람과 달리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기에 객관적 데이터에 의거해 편견없이 공정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편향된 결정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경고한다.
첫 번째의 경우 데이터의 수에 따른 문제로도 바라볼 수 있는데, 만약 학습 과정에서 사용된 데이터가 서양인들 위주였다면 그들에 대한 인공지능의 이해도는 높겠지만 동양인들에 대한 이해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공지능에게 동양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서양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편향된 시각의 대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경우의 사례로, 작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 상당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포털 내 쇼핑, 부동산, 동영상 서비스의 노출 순위를 조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사용자들은 보통 회사가 정확히는 회사의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방향대로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데 이러한 알고리즘의 편향된 결과는 사용자들의 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강한 인공지능’의 수준에는 못 미치는, 특정 과업에 한정된 지능만을 가지는 ‘약한 인공지능’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전문가의 개입이 그것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결국 인간의 도덕 윤리에 귀결되므로 편견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더불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인공지능 기술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갖추어야할 도덕적 윤리적 소양을 함양시키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정혜 UNIST 산업공학과 교수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분야 연구
<본 칼럼은 2021년 5월 31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 편견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과 인공지능의 공정성’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