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전국적으로 눈과 비가 내리면서 도로가 얼어붙고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울산에는 눈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내린 비가 코팅한 것처럼 얇게 얼음막을 만드는 블랙아이스 현상으로 출근 시간 다중추돌 사고가 잇따랐고 피해가 컸다. 앞으로 며칠간은 한파경보, 대설주의보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며, 모처럼 강한, 겨울 같은 겨울 날씨가 찾아왔다.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 매스컴에서는 흔히 ‘북극한파’가 밀려왔다는 표현을 쓴다. 보도를 접했을 때 정말 북극의 공기가 우리나라로 밀려오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사실인가? 간단한 계산을 같이 해 보자.
구면인 지구는 적도에서 북극까지 1만㎞ 정도 떨어져 있다. 위도가 1도 변하면 대략 111㎞ 정도이니, 우리나라에서 북극점까지는 55도 차이가 나고, 직선 거리로 6111㎞ 떨어져 있다.
상당히 먼 거리이다. 지금 한반도 상공에 부는 바람이 지구 상에서 제일 빠른 제트기류인데 초속 70㎞ 이상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이런 제트기류가 북극에서 한반도로 직접 분다고 하더라도 하루 이상 걸리는 데 실제 이런 바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바람이 분다면 천연 하이퍼튜브와 같이 항공기의 북극권 항로에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북극한파는 매우 차가워진 날씨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의미이지 과학적인 용어로는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북극의 기후변동은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북극한파 대신 보다 과학적인 표현으로 북극진동이라는 현상이 있다. 진동이라는 것은 주기성을 가지며 반복되는 현상으로, 북극진동은 북극권의 기압이 기계와 같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북극권의 기압이 변하게 되면 북극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극 소용돌이 현상이 강해지고 약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중위도에 부는 제트기류에 변화를 주게 된다. 북극진동은 1998년 미국의 과학자들이 발견한 이래 많은 후속 연구들을 통하여 멀리 떨어진 중위도의 겨울철 날씨에까지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북극진동이 약해지는 시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때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반구 중위도 곳곳에 기압계의 파동을 만들게 된다. 대기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일파만파란 말과 같이 한 곳에 돌멩이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주변으로 물결을 만들며 파동 에너지를 전달한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까지 열에너지가 전달되는 것도, 해저 지진으로 멀리 떨어진 해안에 쓰나미가 오는 것도 파동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북극진동이 약해지면 우리나라 상층에는 강한 저기압성 파동이 생기면서 제트기류가 우리나라 쪽으로 좁고 강하게 불게 되며 북풍이 평소보다 세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의 북극발 한파를 가져오는 주요한 과정이다. 한파의 한자적 의미처럼 차가운 공기가 파도처럼 일시적으로 밀려오는 것이다.
2009~2010년 겨울이 유례없이 북극진동이 매우 약해지는 시기에 강력한 한파가 한반도에 찾아 왔었고, 올 12월도 북극진동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지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한파가 어느 정도는 북극발 원인이 크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북극진동은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한파의 몇 가지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지고 있지만 모든 한파 사례가 단순히 북극진동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온은 주로 우리나라 상공에 위치하게 되는 동아시아 제트기류의 위치와 강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는 북극진동에 의해서 유도되는 대기의 파동뿐만 아니라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의 진동에 따른 엘니뇨와 라니냐,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눈덮임 상태 변화에 따른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 변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변화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극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은 북극의 기후변화가 매우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권의 기온상승은 전지구 기온상승의 2~3배 이상이고, 이에 따라 북극해를 덮고 있는 해빙 면적이나 대륙의 눈덮임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한파일수는 3.7일 정도인데 최고로 많이 발생했던 2010년의 8.2일, 2012년 8.0일, 2017년 6.7일 등 역대 1, 2, 3위가 최근 10년에 몰려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한파 발생일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최근 들어 증가하는 것으로도 보여 역설적이다.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북극권의 온난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한사온이라는 표현을 떠 올리면 우리 선조들은 어느 정도 한파가 오는 메카니즘을 통계적인 경험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은 변동성이 커지면서 삼일은 춥고 사일은 따뜻해지는 현상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데, 날씨의 변화를 유체역학적인 파동 현상으로 이해했으니 훌륭하다. 삼한사온의 주기성이 교란되고 장마가 점점 뚜렷해지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후세에 어떤 날씨를 알려줘야 하나 고민이 깊다. 수십만년 전에 출현한 현생 인류는 혹독한 빙하기와 여러 차례의 급격한 기후변동을 겪으면서도 석기와 불을 이용하면서 기후에 적응하며 현재의 눈부신 문명을 이룩하며 발전해 왔다. 현재의 기후위기를 인류의 멸망을 포함한 대멸종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 우리의 인류는 틀림없이 기후위기를 과학과 지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학적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탄소중립을 이루면서 녹색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실천의 시간이 도래했다.
<본 칼럼은 2022년 12월 23일 경상일보 15면 ‘[이명인의 기후와 환경(12)]한파와 북극진동’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