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길은 가시밭길을 가겠다고 결정하는 일과 같다. 특히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UNIST에서 뒤처지지 않고 연구하는 일에는 남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른 이들처럼 특별하거나 유별난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세상에 의미 없는 연구는 없다. 작은 연구가 차곡차곡 쌓여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힘든 수험생활을 보내고 UNIST에 진학했다. 다시 바쁜 학부 과정을 졸업하고, 바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이렇게 숨 돌릴 틈 없이 오랫동안 공부와 연구를 이어가는 필자를 보면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 “공부가 그렇게 재밌어?”라고. 그럴 때 솔직하게 대답한다. 생각해서 답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고, 그게 마침 공부와 연구 과정으로 표현될 뿐이라고.
과학자를 꿈꾸는 필자는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대학을 다니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UNIST였다. 2011년 입학 당시 UNIST는 설립된 지 2년 지난 신생 대학교였다. 하지만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세워진 만큼 다른 대학교 못지않은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최신 연구 시설과 젊고 의욕 넘치는 교수진, 융합된 지식을 쌓기 위한 체계적인 커리큘럼 등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입학 후 다른 학교의 연구실을 방문하면서 UNIST에 대한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학부생으로 물리학 최고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다
전공을 정한 뒤 입학하는 다른 대학교와 달리, UNIST는 1학년 때 기초과정부에 속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의지만 있었지 무얼 어떻게 공부할지 막연했던 필자에겐 기초과정부 과정이 특히 의미 있었다. 기초과학 수업을 들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으며 물리와 화학에 깊은 흥미를 느끼며 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학부를 선택했다. 현재 지도교수인 조범석 교수님과의 인연도 물리와 화학을 융합할 수 있는 연구실을 찾다가 시작됐다.
학부 3학년부터 연구실에 들어갔지만, 초보 연구원이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것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조 교수님은 차근차근 알려주시며, 하나씩 배워가는 제자를 응원해 주셨다. 이런 교육 방식 덕분에 새로운 것을 마주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자신감 덕분이었다. 당시 조 교수님은 서울대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필자에게 ‘시뮬레이터가 필요하다’며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고민하지 않고 도전했다.
처음 하는 일이이라 실수도 많았고 어려움도 겪었지만 꾸준히 노력한 끝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학부생으로서 물리학 분야 최고 학술지에 공동 1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던 일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함께하는 연구, 단단해져 가는 꿈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은 논문을 읽고 학회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수록 연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UNIST에서 지도교수님과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상에 의미 없는 연구는 없으며, 작아 보이는 하나의 연구가 차곡차곡 쌓여 결국 과학의 흐름을, 세상을 발전을 만드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렇게 깨닫기까지, 이처럼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하고 싶었던 일을 큰 어려움 없이 이어갈 수 있는 건 모두 UNIST에 입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UNISTAR가 되었기에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어려운 꿈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
막연하지만 분명한 취향을 가지고 UNIST를 찾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라고. 그리고 UNIST에서라면 그 일이 가능하다고. 더 행복하고 덜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하루하루 소중히 연구를 하고 있다면 언젠가 같은 캠퍼스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글 김이영 물리학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김이영 학생은 UNIS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동대학원 물리학과로 진학했다. 현재 그녀는 조범석 교수의 지도 아래 원자 및 분자 광학 연구실(Atom and Molecule Optics Lab )에서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