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길 응원하는 마음에서 UNIST에 정기기부 신청서를 보내온 이가 있다. 바로 미담장학회 상임이사이자 대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인 장능인 씨. 본인은 작은 마음이니 별것 아니라 말하지만, 원래 바다는 작은 물줄기들로 이루어지는 법! 작지만 큰 그의 마음을 들어본다.
미담장학회 이사 장능인 씨는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ICU-KAIST 통합에 따라 KAIST 전자과를 졸업했다. 공부를 유난히 좋아하고 잘했던 그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교육을 재화로 교환하는 과외 자체는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가르치는 일이 어려웠던 건 아니다. 능인 씨는 과외 이외에도 교육 봉사를 하며 가르치는 일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대학교 3학년에 이르러서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교육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 사회 양극화 문제를 교육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모인 동아리의 이름은 바로 ‘미담장학회’였다.
“교육봉사를 한 이유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치열한 중등교육을 통과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공부나 진로로 고민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이런 마음으로 2009년 시작한 작은 동아리는 어느새 전국 8개 대학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름은 동아리 시절 그대로 미담장학회다.
나눔의 길 위에 세워진 미담장학회
“스물한 살에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 은행을 만들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의 『가난 없는 세상을 위하여』를 읽었어요. 유누스 교수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읽으면서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미담장학회에는 현재 형과 함께 두 살 터울의 동생, 장한림 씨도 참여하고 있다. UNIST에서 경영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림 씨.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욕심도 많은 그는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 동생에게 능인 씨는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라 말하며 미담장학회 활동을 권유했다. 형의 조언에 따라 한림 씨 역시 친구들과UNIST에 미담장학회를 설립하게 됐다.
“과외는 조건적인 교육인 반면 미담장학회를 통한 교육봉사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이뤄지는 거잖아요. 공부하고 싶은 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 그 비전에만 목표를 두고 있으니까요. 봉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인생이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감회가 남다르죠.”
그렇게 도움을 받은 이들은 나중에 스스로 교육봉사를 실천하며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베풀어 나간다고. 경제적 여건에 관계 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미담장학회의 목표가 천천히, 분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UNIST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능인 씨는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잖아요. 대학에서 공부하고 연구해서 얻은 결과물은 최종적으로 모두의 발전을 위해 사회로 돌려줘야 해요. 대학의 기본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UNIST에 정기기부를 신청하게 된 겁니다. 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주목받을 만한 일을 한 건 아니에요.”
별일 아니라는 형을 보며 한림 씨가 한마디 거든다.
“형은 정말 대단해요. 본인이 번 돈 중에 과하게 얻었다는생각이 들 경우 자신의 돈이 아니라 생각하고 기부를 하거든요.”
모름지기 기부란 마음먹고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습관처럼 자리 잡아야 하는 법. 자신이 가진 것을 수더분하게 나누며 건강한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두 형제의 나눔으로 UNIST는 물론, 울산 역시 한층 풍요로운 사회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