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조각들이 여기에 있다. 좋았던 날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인생 그 자체가 꽃이라고 생각한다. 꽃 같은 당신의 이야기를 위해 생명과학부 민경태 교수팀에서 생쥐의 뇌 신경세포 이미지를 준비했다.
신경세포가 어떻게 자라고 움직이는지 살펴보면서 당신이 걸어온 길이 떠오를지 모른다.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보면서 살면서 만난 수많은 관계도 생각날 것이다. 마커로 표현한 뇌 속 총천연색 단백질의 모습은 ‘당신의 인생은 꽃’이라고 말해주듯 화려하게 빛난다.
그렇게 인생이 된다: 축색돌기 말단의 역동성
매일 똑같은 삶은 없다. 기쁨과 슬픔, 질투와 동경 등의 감정이 오가는 당신의 삶은 언제나 변화무쌍하게 흘러간다. 그런 삶의 조각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당신 자신이 된다. 사진에서 보이는 장면은
신경세포의 축색돌기 말단에서 단백질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조금씩 다르게 뻗어나가는 모습은 축색돌기 말단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내 목소리 들려요?”: 신호를 보내고 받는 신경세포
세상과의 불화는 청년 시절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다. 아무래도 좋다며 반항하는 와중에도 당신은 자신과 맞는 주파수를 찾아 헤맨다. 누구든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 게 인지상정이니까. 신경세포도 소통하며 제 역할을 해낸다. 사진에서 보이는 시냅스(synapse)가 그 신호를 주고받는 장소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끼리, 혹은 신경세포와 다른 세포가 접합된 부분으로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에 형성된다. 사진에서 초록색은 신호를 보내는 쪽 신경세포인 프리시냅스(presynaptic)를, 빨간색은 신호를 받는 포스트시냅스(postsynaptic)를 나타낸다. 프리시냅스가 보낸 신호를 포스트시냅스가 받는 것처럼, 당신이 보낸 초록빛 신호는 언젠가 따뜻한 빨간빛 신호와 맞닿을 것이다.
기억은 무슨 색일까?: 해마 조직을 포함한 생쥐의 뇌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마주치며, 다양한 일을 겪는다. 이 경험들은 머릿속 기억 공간, ‘해마’에 고스란히 담긴다. 쥐의 해마 조직을 포함한 뇌가 단백질 마커로 알록달록 염색된 모습을 보니 문득 기억의 빛깔이 궁금해진다. 다양한 모습과 감정이 오가며 수놓은 기억들이 부디 곱고 가지런히 정돈되길 바란다.
붉은 꽃처럼 피어난 인생: 신경세포의 축색돌기 말단
당신의 생은 붉은 꽃처럼 피어났다. 그리고 당신을 감싸는 따뜻한 기운들. 붉게 타오르는 꽃은 이제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전진한다. 생쥐의 뇌 속에서 막 생성된 신경세포의 모습은 탄생의 기쁨을 표현하듯 강렬하다.
사진 속에는 해마조직에서 추출한 신경세포의 축색돌기 말단(조직에서 제일 아랫자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보인다. 배양접시에서 자란 지 3일째 촬영했다. 축색돌기 말단에 발현되는 여러 단백질들을 마커를 이용해 강렬한 색감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이미지는 차이스의 공초점 현미경(Zeiss confocal microscope, 모델명 LSM780)을 통해 촬영됐다. 기준자(scale bar)는 2㎛(마이크로미터)다.
꽃밭처럼 풍성한 인생!: 고배율로 들여다본 피질
당신이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했던 과정은 모두 당신 인생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 든든한 바탕 덕분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났다.
우리네 인생처럼 총천연색 꽃밭으로 보이는 사진은 생쥐의 대뇌 피질을 촬영한 모습이다. 마커로 여러 단백질을 표현해 화사한 꽃밭이 연상되는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참고로 대뇌 피질은 포유류에 잘 발달돼 있으며 지적 기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부분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제공 및 자문_민경태 생명과학부 교수팀
민경태 교수는 옥스퍼드대와 칼텍대, 미국국립보건원(NIH) 등에서 세포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연구해왔다. 최근 몇 년간 뇌 신경세포의 발달과 작동 원리를 연구하던 교수팀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하는 리더연구사업에도 선정돼 ‘핵내 단백질 항상성 연구단’을 꾸리게 된 것. 이 연구단은 세포핵 안에서도 단백질이 합성된다는 가설을 증명하며 단백질 연구 분야의 새로운 페이지를 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