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IIP(Innovation Immersion Network)’라는 컨설팅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IIP 컨설턴트’라 불리는 다국적 인재들과 교수들이 참여해 지역 기업을 위한 시장조사와 기술가치 평가, 전략 기획 등을 추진하는 과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능한 다국적 인재에게 자문 받을 수 있고, 학생들은 실제 사례를 경험하는 귀한 기회를 얻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이다. 컨설턴트들이 세계 각국에 퍼져있다 보니 화상회의로 소통하고 1학기 프로젝트를 마치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성과를 공유한다.
올해 IIP의 최종성과보고회는 대한민국 울산에서 열렸다. (주)대미의 김하수 대표 역시 프로젝트의 고객으로 참석했다. 그의 옆에는 김소린 UNIST 경영학부 학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 년 동안 김 대표와 IIP 컨설턴트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했던 소린 학생이 컨설팅 종료 후 오랜만에 (주)대미를 찾았다.
두 번째 IIP, 이유 있는 선택
소린 학생은 지난해에도 IIP에 참여했다. 그녀가 IIP를 통해 처음 만난 고객은 이스라엘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이었다. 이제 막 태어난 기업은 자신들의 목적에 따른 콘셉트와 성장 방향성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했다. 반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소린 학생은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게 많이 다르잖아요. 짐작은 했지만 실제 겪어보니 따져봐야 할 문제도, 해결방법도 무궁무진하더라고요. 그 많은 방법 중에 무엇을 택해야 더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했죠.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얻었다는 게 제가 얻은 가장 큰 성과예요.”
이런 만족스런 경험 덕분에 그녀는 IIP에 다시 지원했다. 또 다른 기업을 만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짜릿한 경험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소린 학생 외에도 IIP를 다시 찾는 UNISTAR들이 많은 편이다. 한 번 IIP 프로그램에 참여해 경험해보면 그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울산 기업 (주)대미, UNIST를 발판삼아 해외로 도약하다
소린 학생이 만나게 된 두 번째 고객은 수성접착제를 만드는 (주)대미의 김하수 대표였다. 김 대표가 원하는 것은 분명했다. (주)대미의 해외시장 진출!
“이전까지는 전시회 참여나 중간 업체 연결 등을 통한 소극적인 활동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이고 자립적으로 해외시장을 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IIP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죠.”
김 대표 역시 소린 학생처럼 대단한 기대가 없었다. 그는 단지 고정관념을 깬 학생들의 새로운 생각을 들어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IIP 참여했다. 소린 학생을 포함한 IIP 컨설턴트들은 먼저 (주)대미의 강점(S)과 약점(W), 기회 요인(O)과 위협 요인(T)들을 파악했다. 다음으로는 경쟁사로 여겨지는 기업들의 SWOT을 분석해 (주)대미만의 강점들을 조사했다. 이 차별화된 강점들이 성공적인 해외진출의 무기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주)대미의 실내용 접착제에는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경쟁 제품에 비해 낮아 친환경 제품이라는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단가가 높아서 시장점유율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소린 학생이 이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다.
“팀원마다 각각 시장과 분야를 맡았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미국 가구시장 진입 가능 성을 생각하며 컨설팅을 진행했어요. 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파트너사에 초점을 두고 접근 방안을 고민했죠. 또 어떻게 기존 공급자를 제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주)대미의 페이스메이커가 된 UNIST
김 대표는 IIP 최종성과보고회에서 얻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전략을 짰다. 전담 직원을 뽑고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컨설팅을 통해 실제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중간 도매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업체와 연락을 취하며 시장 진입을 진행 중이고요. 가능하다면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다음 IIP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의 후기를 듣고 있던 소린 학생이 그의 말을 거든다.
“대표님께서 그전까지는 해외마케팅 쪽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최종성과보고회 이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힘쓰고 계시다고 해요. 물론 저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컨설턴트로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보람차죠. 학생들이 낸 결과물이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은 대표님께도 감사하고요.”
김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그녀의 말에서 컨설턴트로서의 뿌듯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번 프로젝트에 100% 만족한 것은 아니다.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면 보다 효과적인 컨설팅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김 대표에게 소린 학생은 후일을 도모하자고 제안했다. 고객과 컨설턴트로 만나 어느새 동료로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다음 IIP 프로젝트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ABOUT IIP
IIP 프로젝트에 참여한 글로벌 팀원들과 김하수 대표. IIP는 세계 우수 대학들이 가입해 운영되는 대규모 컨설팅 조직으로 현재 한국 UNIST,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스웨덴 왕립 공대, 타이완 국립 공대,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공대 등 세계 9개 대학이 참여해 의뢰기업의 과제를 전담 자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