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졸업 후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는 이공계 학생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하는 특례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학생들은 발 빠르게 서명운동을 진행해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 중심에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인 두경서 UNIST 총학생회장이 있다. 국방부 병역특례제도 폐지에 대한 UNISTAR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5월,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방침을 밝히며 이공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국가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우수 인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병역특례 폐지는 황당한 소식이었다. 연구 인력의 경력 단절은 물론 과학인재의 해외 유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UNIST의 입장도 마찬가지. 두경서 총학생회장이 대표로 나서 기자회견, 간담회, 토론회장에서 UNIST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UNIST 총학생회장으로서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Q 두경서 학생은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이에요. 본인은 현재 이슈와 조금 멀지 않나요?
제가 UNIST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아직 학교가 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되기 전이었어요. 또 앞으로 어떻게 제 미래를 꾸려나갈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 1학년 1학기 이후 군대를 다녀왔어요. 그렇다고 제가 이 사안과 별개의 인물은 아니에요. 저는 UNIST의 일원이고 또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UNIST의 발전을 도모하는 학생회장이니까요.
Q 현재 현장에서 가장 많은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겠죠?
제가 11학번인데 동기들은 대부분 대학원으로 진학한 상태예요. 이 친구들은 제도가 폐지돼도 전문연구요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정작 문제는 지금 학부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이에요. 전문연구요원을 생각하고 학부 재학 동안 입대를 의식적으로 미뤄왔는데 만약 제도가 폐지된다면 계획했던 모든 게 무너지게 되겠죠.
Q 학부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은 조금 가라앉은 편이지만 초반에는 많이 어수선했어요. 처음 국방부 발표가 났을 때는 어쨌거나 하루라도 빨리 군대를 다녀와야겠다는 친구들부터 반수나 편입을 통해 다른 진로를 알아봐야겠다는 움직임까지. 아주 다양했죠.
Q 아직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된 건 아닌데도 반향이 크네요. 그만큼 이공계 학생들에겐 큰 문제라는 의미겠죠?
전 군대를 일찍 다녀온 편인데다 전공을 시작하기 전이었는데도 복학 후 학과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어요. 11학번인 제가 14학번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려니 처음엔 따라가기가 벅차더라고요. 그런데 만약 학부 4년에 석박사통합과정 3년까지 마친 뒤, 군대를 다녀와서 연구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는 제가 복학생이 돼 학부 과정에 돌아오는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응이 어려울 겁니다.
Q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이공계 연구 지원이 부족한 편이라고 들었어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과학자 70% 정도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답한 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여유롭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하면 중국은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고국에 돌아오면 거주지와 생활비를 주며 안정적인 연구 터전을 마련해준다더라고요. 일본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도 2~30년 동안 지속해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과학인재들이 마음 놓고 연구하기 어려워요.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그나마 과학인재들을 배려하는 제도 중 하나였는데요. 이마저 폐지하겠다고 하니 과학기술계가 깜짝 놀란 거죠.
Q 그렇군요. 그런 UNIST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여러 소통 창구를 찾아다닌 거죠?
맞습니다. 비록 이번 일로 1학기 기말고사 시험과 제 성적은 포기해야 했어요(웃음). 하지만 많은 이들을 만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다각적인 시선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또 이런 과정을 거쳐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문미옥 국회의원이 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기로 했거든요. 이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병역 관련 권한이 병무청에서 국무총리 산하의 국무조정실로 돌아가게 되죠. 그렇게 되면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Q 이공계 학생으로서, UNIST 학생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결실을 얻었네요.
네.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의 뜻을 각계에 전달했고, 현재 국방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 이슈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무관심이었어요.
정부, 학계는 물론 선배 연구자들의 무관심, 군대 문제와 관련 없는 사람들의 무관심….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기력해지거나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뭘 하는지, 그리고 한국 과학기술계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지켜보는 목격자가 되는 거예요.
최선을 다하고 희망을 잃지 않을 때 세상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을 위해 끝까지 충실한 목격자로 살려고요. 이뿐 아니라 UNISTAR들이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UNIST 총학생회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