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의 아이디어로 해외에서 5만여 달러를 유치한 기업이 있다. 자전거 페달(pedal)에서 이름을 따온 ‘페달링(pedaling)’이다. 구른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정직한 페달처럼 UNIST의 청년들도 세상을 향해 부지런히 도전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와 앞으로 이뤄나갈 세상에 대해 물어봤다.
성공한 사람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한 경우가 많다. UNIST 창업팀 페달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초・중・고교와 대학교까지 다닌 이들에게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바로 ‘공부’였다.
“가장 이상적 공부법은 맞춤교육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 과외시장에선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가 맞춤교육을 할 만큼 적절한 정보가 쌓여 있지 않아요. 입시 때문에 한 번쯤 과외를 받았고 과외 교사로도 활동해본 저희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페달링의 대표 공대선 학생은 창업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벤처 및 기술사업화 경영 석사 과정에서 재학 중인 그는 ‘2015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재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교사 선택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게 현재 과외시장의 문제라고 봤다. 자신에게 맞는 교육 방식은 어떤 것인지, 비용은 적당한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등 중요한 문제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
페달링의 개발을 총괄하는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정인중 학생은 “학부모나 교사모두 즉흥적으로 결정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알음알음 구하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려 ‘페달링’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과외노트’에서 ‘일 대 일 맞춤형 교육 서비스’까지
사실 페달링이 나오기 전에도 ‘페달링 과외노트’라는 앱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앱은 교사가 수업에서 학생이 배운 부분과 숙제 등을 작성해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과외일지다. 학부모는 과외노트를 통해 수업이 잘 이뤄지는지,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페달링 과외노트에 대한 반응은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수업마다 일지를 써 학부모에게 보고해야 하는 교사는 부담스러웠겠죠. 저희는 사용자 습관을 바꾸려 했는데, 실제 적용이 쉽지 않아 앱의 실용성 부분에서 마찰이 생겼어요.”
페달링의 개발자 겸 마케터인 경영학부 김도경 학생이 과외노트의 패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후 페달링은 일 대 일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 탄생한 페달링 앱은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업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미국 LA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투자사 스트롱 벤처스로부터 4만여 달러, 미국 교육 전문회사 스터디 모드로부터 1만여 달러를 투자받은 것이다.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 문제 해결하는 맞춤형 교육, 페달링
페달링의 강점은 학생에게 꼭 맞는 교사를 찾아준다는 데 있다. 페달링에 학생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문제를 찾고, 교사에게 해결책을 요청한다. 교사가 내놓은 답안을 보면서 꼭 맞는 교사를 고를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선 배우고자 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도 만족스러운 서비스인 셈이다.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맞춤교육도 가능하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를 대비한 커리큘럼을 설계한 덕분이다. 만약 삼각함수가 부족하다면 수학1 전부가 아닌 삼각함수 관련 수업 3회만 티켓처럼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와 기술은 해외투자는 물론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주관 지역대학 창업우수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등 눈부신 결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페달링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공대선 대표는 “창업의 기본은 수익성인데 매달 이용료를 10% 정도만 받으니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도 있다”면서도 “애초에 돈 벌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철학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페달링의 목표를 강조했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현재 공대선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휴학 중이다. 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을 증명하는 일에 더 몰두하고 싶어서다.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이현우 학생은 “학부 공부도 중요하지만 페달링 서비스를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휴학의 이유를 밝혔다.
현재 페달링은 인재 영입을 위해 서울, 안산, 광주, 제주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참여한 이들이 있다. 바로 올해 경북 상주고를 졸업한 배현승 학생과 한국디지털미디어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찬희 학생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각각 개발자와 디자이너로 앱과 웹사이트를 출시한 경험이 있어 페달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의 꿈은 명백하다. 모두에게 딱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착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가장 최근 페달링에 합류한 기초과정부 한성렬 학생은 “지금의 우리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매순간 끊임없이 더 좋은 맞춤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경영학부 강광욱 교수의 한마디
팀 페달링은 오랫동안 사교육 시장에 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창업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국적 특징을 담고 있는 고액 사교육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페달링의 시도와 노력은 국내 교육 현황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이제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적극적인 시장 진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