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사회는 너무나 크고 복잡하다. 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려면 새로운 발상의 과학이 필요하다. 업무 효율을 최대한 높여줄 시스템적 사고와 현명한 과학적 의사결정을 위해 과학자들은 새로운 선택을 했다. 바로 공학과 경영을 융합한 경영공학이다.
18세기까지 모든 기업들은 가내수공업 형태였다. 그 당시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모든 수요와 공급을 공동체 안에서 자급자족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가내수공업은 기계공업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하루 생산량은 급속하게 늘어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재화와 노동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의 기술자 프레드릭 테일러는 복잡한 대규모 생산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업자의 행동과 작업 시간을 분석해 과학적관리법을 창안했다.
그의 이름을 본떠 ‘테일러리즘’으로도 불리는 ‘과학적 관리법’은 현재 대량생산 체제의 생산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이다. 노동자 개인의 숙련도나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했던 과거의 주먹구구식 업무 방식은 테일러의 등장 이후 비로소 경영이라 불릴 만한 활동을 통해 과학적으로 관리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가 곧 경영공학의 토대가 된 것이다.
경영공학, 원대한 포문을 열다
경영공학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수물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최적화 이론과 운영과학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토대를 다져나갔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 이후 독립적인 학문으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해 1970~1980년대에는 품질관리, 인간공학, 프로세스 관리 등의 연구 분야가 경영공학에 포함됐다. 이후 컴퓨터가 활발히 도입되면서 전사적 자원관리, 의사결정지원시스템, 정보관리 등의 연구 분야도 추가됐다.
최근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기술경영도 경영공학의 중요한 부문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영공학은 공대에 속해 있지만 기계, 전기, 전자, 화학처럼 전공이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이 학문은 공학·과학적 지식에 경영 기법을 접목해 다양한 산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과거 공대 내부에서는 경영공학의 입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다방면을 연결하고 결합시키는 경영공학의 학문적 훈련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낯설지만 익숙한, 경영공학의 모든 것
오늘날 기업은 사람, 자원, 장비, 정보 등이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다. 과거처럼 제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금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시장, 경쟁, 규제 등 외부 환경적 요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미래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더욱 커졌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의 경우 95%의 기업이 성장정체를 겪고 있다. 또 성장정체 후 재성장을 달성한 기업은 10%, 고성장을 달성한 기업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공학은 공학기술과 경영기법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경영공학은 기업의 종합적 시스템을 설계, 운영, 평가하는 과학적 이론과 실무적 기법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일반인들에게는 경영공학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유사 학과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스탠포드대학교의 경영과학 및 공학과,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산업공학 및 경영과학과, 조지아공과대학교의 산업및 시스템공학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산업및 제조공학과 등이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대학교의 산업공학과, KAIST의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POSTECH의 산업경영공학과 등이 있다. 학과의 이름들을 살펴보면 경영이라는 단어 이외에도 각 학과의 중점 분야와 발전 방향을 고려하여 산업, 시스템, 제조 등의 단어들을 쓰고 있다.
경영공학, UNIST에 터를 잡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UNIST도 3월부터 경영공학부를 설립했다. 공학과 경영을 연계하는 융합교육을 통해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시작한 UNIST 경영공학부는 정량적인 데이터와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바탕으로 산업공학의 대표적인 분야인 최적화, 기술혁신경영, 데이터마이닝, 프로세스 관리 및 기업 시스템과 금융공학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학부에서는 생산관리, 데이터마이닝, 위험관리 등 산업공학 관련 과목뿐 아니라 데이터 구조 및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등 컴퓨터공학 관련 과목과 기업재무, 투자론 등 경영학 관련 과목을 교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부에는 산업공학, 금융수학, 정보기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수진들이 포진됐다. 다른 공학에서는 한정된 내용만 다루는 경우가 많지만, 경영공학부에서는 다양한 산업과 시스템의 계획, 설계,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기법을 습득하기 위한 다학제적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이로써 학생들은 졸업 후 제조업, 정보시스템, 금융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UNIST 경영공학부는 현장중심 교육으로 글로벌 창의인재를 기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부생들은 기업이 실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경영공학의 지식을 토대로 해결하는 프로젝트 랩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거래소, 근로복지공단, 현대중공업 등 다양한 성격과 유형의 기관과 그곳에서 수행하는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017년에는 UNIST 경영공학부가 울산 산학융합지구로 캠퍼스를 이전한다. 산학연 연계 교육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이트호벤공과대학교, 홍콩과학기술대학교, 뮌스터대학교 등 전 세계 다양한 학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글로벌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다.
혹자는 경영공학을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진보의 상징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빗대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설된 UNIST 경영공학부의 목표는 리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키우는 것 아닐까. 이제 막 첫술을 뜬 UNIST 경영공학부의 다음 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해주길 바란다.
글_ 이창용 경영공학부 교수
About School of management engineering
UNIST 경영공학부에서는 공학과 경영을 연계하는 다학제적 융합교육을 통해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개설됐다. 이를 위해 경영공학부는 데이터 기반, 공학과 경영을 연계하는 융합교육,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및 금융공학에 중점을 두는 다학제적 융합교육과 산학융합지구 연계 교육, 프로젝트 랩 과목 이수 의무화, 다양한 유형의 산학연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현장중심 교육을 진행 중이다.
특히 프로젝트 랩의 경우 담당교수와 학생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R&D) 부문을 수행하는 프로젝트형 현장중심의 교과목으로 2016년 3월에는 ‘보유역량 기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아이템 발굴’이라는 주제로 시행됐다. 이번 프로젝트 랩은 울산에서 단열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의 연구소와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단열재 기술을 활용한 유망 신제품 및 신사업 분야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학생들은 기술-제품 정보를 연계하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관계예측(link prediction), 정보 시각화(information visualization) 등의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미래 유망 신제품 및 신사업 발굴을 수행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UNISTAR들은 데이터마이닝, 기술혁신경영, 프로세스 관리, 금융공학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뒤 졸업 후 제조, IT, 금융 등 다양한 산업 기업과 정부 기관으로 취업 또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