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강가를 가로지르는 백조의 우아한 몸짓. 이 우아함은 보이지 않는 물 아래에서 끊임없이 물장구치는 백조의 발에서 나온다. UNIST 홍보대사 UNI 역시 마찬가지다. 깔끔한 단복에 예의바른미소로 UNIST를 찾는 모든 이들을 반기는 우아함,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학교 곳곳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설명하는 유창함 뒤에는 숨은 노력이 있다. UNIST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UNI의이야기를 담았다.
벚꽃이 가득 핀 캠퍼스에서 꽃보다 더 환하게 웃는 UNI 단원들을 만났다. 현재 활동하는 친구들은 모두 19명. 꽤 많은 인원이라 정신이 없을 법도 하건만 UNI 단원들은 7기 기장의 구령 소리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사진 찍기 직전까지 갓 스물을 넘긴 나이 그대로 천진하게 장난치던 단원들이 사진가의 구령에 맞춰 자세를 단정히 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깔끔하고 하얀 단복, 의젓한 태도, 부드러운 미소를 보니 한눈에 UNIST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모인 단원 중 9명은 2016학번 새내기들이다. UNIST 신입생이자 8기 UNI들은 무려 3주간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7기 기장을 맡은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강민영 학생이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덧붙였다.
“8기들은 애교심을 바탕으로 책임감, 성실함 등을 보여줘서 UNI로 선발된 친구들이에요. UNIST 홍보대사로서 단순히 주어진 업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와 친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식 행사에만 보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가까운 명실상부 UNIST 홍보대사로 거듭나도록 말이에요.”
7기와 8기, 우리는 환상의 짝꿍
신입 단원들은 6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여름방학부터 정식 홍보대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금은 교육의 일환으로 20쪽 분량의 캠퍼스 투어 대본을 외우고 있다. 신입 단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 중간고사를 전후해 대본 시험을 치른다.
멋진 단복과 의젓한 자태를 꿈꾸며 입단했는데, 가장 먼저 기다린 건 캠퍼스 투어 대본이라니…. 또 새내기로 학교 적응도 바쁠 텐데 UNI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혹시 벅차지는 않을까? 기초과정부 김용현 학생에게 물었다.
“UNI 내에는 버디(buddy) 제도가 있어요. 선배가 후배와 1대 1로 짝을 지어서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이끌어주는 거예요. 제 버디는 김명성 선배인데요. 학교 인근 구영리에서 버디 데이트를 하는 등 UNI는 물론 UNIST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서 의지가 됩니다. 입학하자마자 할 일이 많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버디 선배에게 차근차근 배우며 적응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신입 단원들이 UNIST에 입학하자마자 UNI를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초과정부 한혜선 학생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UNIST에서는 매년 수시 합격생들을 초청해요. 저도 작년 수시에 합격해 UNIST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손정우 선배를 따라 캠퍼스 투어를 했는데요.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학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일종의 동경이 생겼어요.”
그녀는 학창시절 영국에서 거주하며 쌓았던 경험과 언어 능력을 UNIST에서 사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UNI에 지원했다. 현재 그녀의 선배 버디는 7기 기장 민영 학생이다.
“제 버디가 강민영 선배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UNI로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정말 정확한 방식으로 배울 수 있거든요. 또 캠퍼스 투어의 경우 따로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실전에 투입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민영 학생이 덧붙인다. “사소한 것들이 굉장히 중요해요. 예를 들어 학술정보관 4층에 올라갔는데 불이 꺼져 있다면 설명을 못하기 때문에 진행이 안 돼요. 4층의 경우는 전원 스위치가 숨겨져 있고, 사용되는 스위치가 워낙 많아서 모르면 당황하고 우왕좌왕하게 되죠. 우리는 학교를 대표해서 UNIST를 소개하는 중이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을 놓치게 되면 방문객으로 하여금 신뢰를 잃을 수 있어요.”
UNI, UNIST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다
혜선 학생이 선배 UNI를 동경하는 마음에 UNI에 지원했다면 동기인 용현 학생은 투철한 애교심으로 UNI를 찾았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 진학해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UNIST는 개교 10년이 안 된 역사가 짧은 학교지만 젊고 훌륭한 교수님이 많고, 최첨단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제 꿈을 이루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좋은 학교를 저만 알기는 아깝더라고요. 제가 학교를 좋아하는 만큼 학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입단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UNIST를 알리고 싶어요.”
하지만 UNI 역할이 방문객들에게 UNIST를 설명하는 것뿐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UNI 내부에는 기장단, 기획부, 서기부, 총무부, 대외홍보부, 인사부로 부서가 나눠져 있다. 부서별로 업무도 체계적이다.
우선 서기부에서는 백과사전 2권을 펴낸 후 매년 개정하며 UNIST와 UNI의 역사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About UNIST’에는 학교의 역사와 학과 현황, 캠퍼스 곳곳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다. ‘About UNI’에는 UNI 활동지침, 행사별 진행 방식, 부서별 활동 사항, 복장, 의전 참석 시 주의사항 등 UNI와 관련된 역사가 담긴다.
착하고 바른 UNIST를 꿈꾸며
그런가 하면 기획부에서는 UNISTAR들의 인성을 고양시키고 화목한 UNIST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매번 색다른데, 대표적인 게 2013년부터 진행해오던 ‘인사 프로젝트’다. 딱딱한 교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UNIST 구성원끼리 더 친밀하게 지내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작년까지는 학기 초, 점심시간에 광장 앞에서 UNIST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프로젝트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일회성에 그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부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녕하세유니스트! 인사공모전’을 개최했다. UNIST 내에서 인사하는 사진을 찍은 뒤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상품을 제공한 것이다.
기획부장인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박다솜 학생은 “인사는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이라며 “교수님, 친구뿐만 아니라 경비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등 학내에 인사할 대상이 굉장히 많은데 쑥스러운 탓인지 실천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안타까웠다.”고 공모전의 취지를 밝혔다.
이외에도 프로젝트 ‘월간 UNI’를 구성해 매달 다른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학술정보관 좌석발급기 활용도를 높여 학생들이 도서관을 조금 더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감사의 달 5월에는 어버이날을 기념해 UNISTAR들이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고 편지를 쓸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죠. 하지만 UNI는 UNIST와 UNISTAR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단체예요. 이런 노력이 캠퍼스 곳곳에 닿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민영 학생의 말에서 학교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7기 기장을 필두로 올해도 멋지게 활약할 UNI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물장구치는 백조처럼 UNI는 언제나 단정하고 우아하게 우리를 맞을 것이다.
ABOUT UNI
UNI는 입학팀에 소속된 UNIST 공식 홍보대사로서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다양한 방문객을 위한 캠퍼스 투어다. 이와 더불어 UNIST 과학기술원 출범식, 학위수여식, 입학식 등 기관의 대소사에서 의전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 기수, 상장 및 메달 수여 보조, 내빈 안내 등이 모두 UNI의 몫이다.
단원들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정기회의를 가지는데, 이때 자체 기획 프로그램인 ‘인사 프로젝트’나 ‘월간 UNI’ 기획 및 진행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뿐만 아니라 UNI에서는 이공계 분야에 관심이 있고 잠재력 및 역량을 갖춘 우수 인재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방학에 개최되는 E@U(Explorer@UNIST) 캠프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E@U는 UNIST의 세계적 교육 및 연구 시설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