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연구지원본부에 소속된 생체효능검증실에 좋은 소식이 있었다. 지난해 8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주관하는 우수동물실험시설에 지정된 것이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동물실험시설 중 우수동물실험시설로 인증 받은 곳은 8개 기관뿐이다. 특히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교 중에서는 UNIST가 처음이다. 그만큼 실험동물 관리에 철저하고, 믿을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UNIST 생체효능검증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내일을 위한 UNIST의 연구에 큰 힘을 보태는 생체효능검증실을 찾아가 보자.
생체효능검증실의 동물사육구역은 출입 복도까지만 접근이 가능했다. 동물실 내부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교육을 받은 후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취재진은 소동물구역에 마련된 이중창으로 동물을 관리하는 모습을 살폈다. 실험동물은 각 구역의 실험동물환기 사육장치의 케이지(cage) 안에서 사육하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은 쥐인 마우스(mouse)와 큰 쥐인 랫(rat) 등의 설치류를 관리한다.
마우스는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로 3만여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중 300개의 유전자만 사람과 다르다. 사람 유전자와 약 99%가 흡사하고 80%는 아주 똑같을 정도라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기 좋은 동물이다. 유전자를 조작해 다양한 질병을 가진 마우스 모델을 만들고 치료제 등을 시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또 마우스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시간이 짧고, 번식 능력이 우수하며, 실험하기 좋은 편이라 기초연구에 많이 쓰인다. 마우스 실험에서 입증된 결과는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인 미니피그나 영장류를 이용한 동물실험의 초석이 된다.
동물실험은 어떻게 진행될까?
생체효능검증실에서 동물실험을 하려면 먼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승인받은 실험을 하기 위해 마우스를 반입할 때에는 수의사의 검역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생명과학부 최장현 교수의 비만과 당뇨 관련 실험을 따라가며 생체효능검증실을 살펴보자.
먼저 실험에 필요한 유전자변형 또는 질환 모델 동물은 생체효능검증실의 ‘소동물구역’으로 반입된다. 이곳에서는 의뢰받은 마우스를 관리하고 번식 등이 진행된다. 실험동물이 비만이나 당뇨에 대해 실험하기 가장 좋은 상태가 되면, ‘재반입구역’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다양한 장비를 이용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된다.
자기공명영상장치와 실시간체지방 조성분석기, 소동물 컴퓨터 단층촬영기 등의 장비로 실험동물을 촬영해 생체 내 지방의 분포도와 총 지방량을 비교, 분석한다. 또한 비디오 트래킹 등 다양한 운동능력 측정 장비를 이용한 실시간 행동분석이나 마우스 대사측정 시스템을 사용한 실험동물의 호흡량, 섭취량, 배설량 같은 생체 변화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형태나 기능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 동물조직을 채취한다. 조직처리기와 포매기를 이용해 파라핀 블록을 만들고, 자동조직절편기로 조직을 얇게 잘라내 염색 후 병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다.
감염성 실험의 경우는, 공기나 접촉을 통해 다른 동물이나 연구자에게 전염될 수 있어 격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격리동물구역’을 이용한다. 마지막 ‘계통보존구역’에서는 직접적인 실험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다.
“유전자변형 동물은 다양한 실험에 활용되지만 세대가 넘어갈수록 최초에 가지고 있던 유전자가 자연적으로 도태되거나 변형될 수 있어요. 이를 특별히 관리하기 위해 계통보존구역에서는 수정란 및 정자를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고 필요 시 체외수정으로 복원할 수 있는 동물보존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죠.”
박경수 팀원은 계통보존구역 덕분에 유전자변형 동물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복구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시간 7일 내내 실험동물을 살피는 눈
생체효능검증실의 설명을 마친 박경수 팀원은 실험동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소동물구역으로 들어갔다. 그가 손을 뻗자 마우스가 익숙한 듯 코를 킁킁대며 박경수 팀원의 손끝 냄새를 맡았다.
“마우스는 특히 시력이 안 좋은 동물에 속해요. 대신 후각이 발달해 냄새로 상황을 인지하죠. 낯선 냄새를 맡으면 당황하지만 매일 관리하는 사람이 근처에 가면 아주 편안하게 있죠. 보세요. 박경수 팀원이 들어 올린 마우스가 미동도 않고 가만히 있죠?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저렇게 마우스를 다루는 일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마우스가 불안하면 버둥거리기도 하고 사람의 손가락을 물기도 한답니다.”
박수아 팀원이 실험동물을 하나하나 살피며 차트를 작성하는 박경수 팀원을 대신해 설명을 덧붙였다.
생체효능검증실의 각 구역 관리자는 연구 경험이 풍부하다. 이 시설을 이용하는 연구자에게 실험동물과 동물실험에 대한 교육이 상세하게 이뤄질 수 있는 이유다. 연구 경력이 있는 관리자들의 장점은 이뿐이 아니다. 실험이 진행되는 중 가끔 연구자가 알아채지 못한 부분까지 발견해 연구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치매 관련 유전자를 가진 실험동물의 신경 신호 전달을 연구할 때였다. 당시 박경수 팀원은 실험동물을 관리하다가 간질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걸 발견했다. 연구자는 생각지도 못한 현상이었다. 이를 연구자에게 알린 덕분에 이 연구의 범위는 간질까지로 넓어졌다. 박경수 팀원은 실험동물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물을 관리하던 중에 이상을 발견해 연구자에게 전달하면 실험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 역시 관찰자로서 실험 개요를 파악하고 꼼꼼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혹시 제 발견으로 연구의 흐름이 바뀌게 될 수 도 있으니까요.”
완벽한 연구를 위해 이어지는 노력
UNIST 생체효능검증실은 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병원체가 존재하지 않는 특수시설(Specific Pathogen Free, SPF)이다. 모든 물품은 멸균 또는 살균작업을 실시한 뒤에만 반입 가능하다. 특정 병원체의 유무는 연간 네 번의 정기 미생물 모니터링을 실시해 확인한다.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진 덕분에 외부에서도 UNIST 생체효능검증실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2015년 1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실시한 LMO연구시설 현장지도 점검 결과 ‘최우수 연구시설’로 선정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2016년 8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우수동물실험시설로 지정됐다.
좋은 동물실험시설은 잘 지어진 시설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설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도 시설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다. 관리가 부실한 동물실험시설은 자칫 신뢰할 수 없는 실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UNIST 생체효능검증실은 여러 기관에서 인증할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낸다는 의미다. 담당자들의 노력 덕분에 양질의 성과를 보이는 생체효능검증실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고 최장현 교수는 말한다.
“아직까지 학내 연구자들이 각자 실험에 맞는 유전자 변형 실험동물을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이런 장비가 있으면 UNIST에서 수행하는 실험기간이 단축되고, 급속도로 발달하는 생명과학 연구의 선두에 설 수 있을 겁니다.”
생체효능검증실은 생명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든든한 서포터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자리는 아니지만,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생체효능검증실의 구성원 덕분에 UNIST의 생명과학 연구가 오늘도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