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원 학생의 꿈은 자신의 분야에서 지식과 기술을 두루 갖춘 연구자가 되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UNIST에 입학한 그는 2010년 새내기 시절부터 ‘어떤 연구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뒀던 터라 캠퍼스에 있는 실험실도 부지런히 둘러봤다.
“처음에는 다양한 재료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신소재공학부를 소속 학부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도시환경공학부의 오재은 교수님이 건설재료를 연구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교수님을 찾아뵙고 진로 상담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꿈을 그릴 수 있었어요.”
성원 학생은 첫 번째 트랙으로 고른 전공인 신소재공학을 배우며 재료과학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익혔다. 그러다 신소재공학에서 배운 것들로 건설재료를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3학년이 되면서 첫 번째 트랙을 도시건설공학으로 바꾸고 앞으로 연구할 분야의 큰 틀을 잡게 됐다.
첫 번째 트랙을 바꾸면서 소속 학부도 도시환경공학부로 옮기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8학기만 듣고 졸업하기는 어려워졌다. 융합전공을 운영하는 UNIST지만 학부 수마저 무한정 늘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학생들의 소속 학부는 첫 번째 트랙으로 고른 전공에 맞춰 정해진다. 그런데 성원 학생의 경우 학부를 바꾸면서,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어차피 8학기를 초과해서 다녀야 한다면 다른 전공을 듣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공을 세 개씩 들으면 고생길이 훤히 열릴 테지만, 나중에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화학을 세 번째 전공 트랙으로 선택했어요.”
용기 있게 세 번째 트랙을 신청했지만, 역시 어려움이 뒤따랐다.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들며 지식을 쌓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성원 학생은 융합전공으로 배운 학문이 분명 앞으로의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도시건설공학 수업 중에 ‘콘크리트 시뮬레이션’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1학년 때 컴퓨터공학 과목에서 배운 코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이처럼 융합전공으로 배운 각각의 지식들이 생각지도 못한 길을 열어주는 열쇠처럼 작용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성원 학생은 신소재공학과 화학을 전공으로 이수하면서 쌓은 지식을 활용해 건설재료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대학원에서도 다른 학부의 과목을 들어가며 연구를 이어나가겠다”며 “분명 힘들겠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꿈을 이룰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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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성원 학생과 1문 1답
Q1. 본인의 융합전공 조합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A1. 저는 원래 2학년 말까지는 1트랙이 신소재공학이였습니다. UNIST에 오기 전부터 저는 자기만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연구원이 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갈 의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학년 때 무엇을 연구할지 여러 교수님들의 연구분야를 찾아보았고 관심이 있는 신소재 분야들은 직접 교수님을 찾아가 상담도 받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도시공학부에 건설재료를 연구하시는 현재 저의 대학원 지도교수(오재은 교수)를 찾아뵙게 되었고 진로에 대한 상담을 받았습니다. 오 교수님께서는 신소재의 지식과 기술로 건설재료를 연구하고 계시는데 저도 그 분야를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찾아갔었는데,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1트랙을 미래도시건설로 3학년 때 바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2트랙의 과목들을 이미 많이 들은 상태였고 48/18학점 제도를 따르고 있었던 탓에 전과를 한다면 초과 학기를 고려해야 하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다른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호기심도 있고 배우는데 조금 욕심이 있었서 초과 학기를 다닌다면 전공인 도시건설만 듣기보다 고생을 조금 더 하겠지만 다른 제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도 같이 듣는 것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다가 3트랙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되어 3트랙을 신청하게 되었고 화학과목에 호기심도 많고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화학과를 3트랙으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Q2. 본인의 선택한 융합전공 조합으로 어떤 시너지가 있었는가?
A2. 3트랙을 신청 후에 저는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 내가 학부 때 들었던 과목이 과연 잘 활용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이런 질문을 했었고 의견을 구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대학원에 가면 어차피 다시 새로 배우니까 적당히 전공만 파야 된다는 분들도 있었고, 어떤 분들은 요즘 추세가 융합전공이라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많이 배운다면 대학원 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의견이 좀 갈렸는데, 저는 후자가 더 맞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과목들을 들었을 때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끝까지 중도포기(Withdrawal)를 하지 않고 수강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가든 취업을 하든 상관없이, 각 학문들이 다른 걸 가르쳐주지만, 결국 그 학문들은 본인의 재량에 따라 충분히 응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응용하는 과정 중에는, 그 과목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 보다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고방식을 준다거나 다른 분야의 논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거나 등의 간접적인 역할로서 활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령, 저의 분야에 경우 콘크리트를 시뮬레이션하고 싶다면 도시과목과 컴퓨터공학과의 과목을 들으면 도움이 되지만, 도시과의 과목이나 컴퓨터공학과의 각 과목들 자체가 콘크리트 시뮬레이션에 대한 정보는 일절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과의 과목들을 배운다면 코딩이나 다른 코딩 프로그램을 접근하는 데에는 컴퓨터공학과를 배우지 않은 도시건설과의 학생보다 더 많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를 예를 들자면, 반도체를 연구하고 싶다면 제가 알기로는 다른 수학과의 과목들을 들으면 다른 논문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도 되고 새로운 접근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찾아보면 서로 융합될 수 있는 주제들은 다양하게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하는 입장이라 직접 제가 연구해서 활용된 사례를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연구실에서도 계속 인턴으로 지내고 있고 졸업 학점도 180학점 정도 들은 상태라 융합전공은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데에 분명 시너지가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3. 융합전공이 진로 또는 취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가?
A3. 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화학이나 신소재의 관점과 지식을 활용해 연구를 할 계획인데, 확실히 학부 때 그 과목들을 배우지 않는 학생들보다 더 건설재료에 화학적 신소재적인 접근이 더 용이할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생각해내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관련 자료들을 찾고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4. UNIST에서 한 융합전공을 향후 어떻게 적용하고자 하는가? (대학원 진학, 취업 이후에 적용방법)
A4.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저는 다른 학부의 과목들을 수강할 계획입니다. 학부 때는 기초과목들도 많아서 하나 하나 다 들으려고 하다보니까 다 소화하기 힘들 때도 많았는데, 대학원 때는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와 밀접히 관련이 있어 보이는 과목들만 몇 개 선별해서 수강할 생각입니다. 학부 때와는 조금 다르게, 대학원 수업은 더 심도 있고 깊게 과목들을 배우니 더 연구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학부생 때, 다른 분야의 과목들을 듣지 못하고 졸업했다면, 대학원에 와서도 그 분야의 과목들을 수강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반대로, 학부생 때 본인이 관심있는 다른 분야의 과목들을 수강하고 열심히 했다면 대학원생이 되서도 그 분야의 과목들을 더 깊게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당연히 훨씬 수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주제들을 생각해 놓은 것이 없지만, 주제가 생긴다면 그에 맞게 학부 및 대학원 때 배운 과목들을 바탕으로 저희 분야의 연구 방향을 더 확장시켜 보고 싶습니다.
Q5. 융합전공 제도의 보완할 부분/ 개선할 부분은 어떤 점이 있을까?
A5. 제가 학부생 때 융합전공을 시행하고 있어서 수강 신청 기간에 수강 인원 파악이 되지 않은 채 과목들이 개설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수강 인원이 남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수강을 하려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 그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졸업하는 데 꼭 필요한 과목인데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융합전공 제도가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수강 인원을 고려해서 과목들이 개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6. 융합전공을 선택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6. 융합전공은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고,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1트랙의 정말 중요한 과목들을 수강하지 않고 2트랙에서 1트랙과 융합하기 애매한 과목들을 듣는다면, 융합전공을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1트랙의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과목들은 다 듣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융합전공을 한다고 하지만, 1트랙을 전공으로 말할 수 있으려면, 그 과에 기초적인 것들은 다 수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다음이 자신이 관심이 있고 흥미가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뭘 하고 싶어하는 지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경우도 있겠지만, 3학년 2학기 정도가 되고 나서야 파악하는 경우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도 전공 기초과목들을 들으시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융합전공을 하면서, 과제를 하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데 정말 힘든 순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도 공부하면서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것들을 극복하는 데에 다른 학우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든 견디기도 했고, 미래에 내가 연구하는 데 이 과목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습니다. 융합전공을 하면서 졸업하는 게 조금 고된 과정일 수 있지만, 끝까지 자신의 목표와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7. 융합전공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기술
A7.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면, 융합전공을 잘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저처럼 무리하게 과목들을 많이 들으면 전체 학점(GPA)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원도 UNIST로 진학할 예정이고 교수님께서도 입학 예정인 것을 알고 계셔서 학점이 조금 낮아져도 다 감안해 주셨지만, 타 대학원을 진학 한다던가 취업을 하시려는 경우는 전체 학점(GPA)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이 듣는 데에 치중하기 보다는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과목들을 선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저는 융합전공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 시너지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융합전공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진로에 도움이 되게 적절히 설정한다면, 자기만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