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같은 스파이 영화를 보면 다양한 최첨단 장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렌즈를 착용하면 화면이 보이거나 눈을 깜빡이면 사진을 촬영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들을 보며 이런 기술을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다양한 응용 분야를 탐색하는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2017년 가을호 UNIST MAGAZINE에 실렸다.
공학자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연구란 ‘일상생활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연구다. 다시 말해 새롭게 개발된 기술들이 곧바로 일상생활에 적용되어 인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필자가 진행한 몇몇 연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으로 어떤 기기(device)들이 개발되고, 우리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눈이 가진 수많은 정보
사람의 눈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안구의 곡률에는 안압(안구의 압력)과 혈압에 관련된 정보들이 들어 있고, 눈물에는 다양한 질병과 관련된 정보들이 숨어 있다. 눈물을 잘 진단함으로써 안구건조증, 당뇨병, 암, 면역력, 스트레스, 두통 등 다양한 질병 및 증상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의 몸 상태와 외부의 자극에 따라 눈물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시시각각 변한다. 우리는 대개 콘택트렌즈를 하루 종일 착용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질병 및 증상과 관련된 정보를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통해 매시간, 매분마다 얻을 수 있다.
결국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집에서의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녹내장과 당뇨를 진단하라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눈이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 중 안압과 혈당량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높은 안압은 녹내장의 원인이 되고, 눈물에 포함된 포도당을 측정하면 당뇨를 진단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안압과 혈당량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한 질병 진단에 매우 필수적이기 때문에 녹내장과 당뇨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연구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스마트 콘택트렌즈 착용자가 어떤 불편함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개발된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사람의 일상생활에 녹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사람의 다양한 눈 모양에 맞춰 유연하게 변하며,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투명해야 했다. 또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또 무선으로 외부로 전달해야 했다.
이를 위해 투명 물질(그래핀과 금속나노와이어)을 이용해 투명하면서도 전기가 잘 흐르는 전극을 만들었다. 이 전극은 매우 투명할 뿐 아니라 유연하기도 해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만들면 불편함 없이 착용할 수 있다. 이 센서를 이용해 눈물 속 혈당을 감지하고 해당 정보를 무선 안테나로 보내 착용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무선 안테나가 전력을 이용해 센서의 정보를 읽어 오기 때문에 스마트 콘택트렌즈에는 배터리 등 별도의 전원이 필요 없다.
안압 측정의 경우도 개발된 전극을 사용했다. 이때 이용하는 유전층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층으로, 양전하와 음전하가 양쪽으로 나뉘는 극성을 띠는 게 특징이다. 이 층의 두께는 안압이 높아지면 얇아지고, 낮아지면 두꺼워지는 식으로 변한다. 안압 측정 센서는 이를 감지해 안테나로 정보를 전달한다.
두 센서가 동시에 적용된 스마트 콘택트렌즈 센서는 렌즈에 변형이 생겨도 무선으로 혈당이나 안압을 감지할 수 있다. 또 사람의 눈물 속 다양한 물질에 노출돼도 센서 특성이 유지된다. 게다가 개발된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기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전자 센서를 삽입하는 방식이라 일상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 콘택트렌즈에 적용할 수 있는 두 종류의 투명 전자센서를 구현함으로써 질병(당뇨와 녹내장) 진단의 새로운 길을 연 셈이다.
연구가 바꿀 세상을 기대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모르던 분야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 기술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센서들,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표시소자들,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시대에 맞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무선통신 시스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여러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며, 완성도 높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소자들은 언젠가 영화에서 보던 최첨단 장비들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 거대한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누구나 어릴 적 공상과학 영화를 보며 신나는 상상을해 봤을 것이다. 특히 UNISTAR들은 다양한 지식을 배우며 머릿속으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스쳐 지나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과 아이디어들을 연구하고 개발해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UNIST 신소재공학부 Wearable Electronics Lab에서 상상을 구현하고 세상을 바꿀 프로젝트를 함께할 여러분을 기다린다.
글 신소재공학부 박장웅 교수·김주희 박사과정 연구원
박장웅 교수는 그래핀 등 나노소재 개발, 유연 및 신축성 전자소자(Flexible & Stretchable Electronics) 개발, 인쇄 전자(Printed Electronics)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연구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