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설립된 울산의 자동차 부품제조사 삼기산업(주)은 UNIST 기업회원제에 가입하며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업에 매달리느라 신사업을 구상하기 어려웠는데 우수한 연구진과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UNIST가 지역기업들을 지원한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김영배 삼기산업(주) 전무이사를 만나 UNIST와 지역기업이 함께 도약하는 상생의 풍경에 대해 들었다.
“회사 미래를 이끌 사업을 찾으려던 중에 ‘UNIST 기업회원제’를 접하게 됐어요. 저희 기업에 부족한 연구개발 분야를 UNIST에서 지원받는다면 미래 먹거리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죠.”
김영배 삼기산업(주) 전무는 UNIST 기업회원제에 가입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삼기산업(주)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해 현대・기아자동차로 납품하는 회사다. 주로 잭(jack), 연료탱크 밴드, 변속기 부품, 공구세트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2년 전부터 사업다각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유는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데 있었다.
“전기차,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의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자율주행차는 상용화 단계까지 와 있고요. 이렇게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자동차 부품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 저희가 가진 기술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연구개발비를 크게 투자하기는 어렵다. 고민이 쌓여가고 있을 즈음 UNIST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UNIST 기업회원제라는 제도가 생겨 지역 중소업체에 연구 인력과 최첨단 장비, 기술자문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영배 전무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UNIST가 성장하면서 보여준 역량이라면 분명히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는 “UNIST와 협업하면 우수 인재들의 자문은 물론 기술 세미나를 통해 신사업 아이템 발굴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UNIST가 보유한 최첨단 장비의 지원을 받는다면 동시에 제품 품질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UNIQUE 산학협력체계, 기업회원제
기업회원제는 UNIST가 보유한 우수한 특허와 기술, 연구인력 그리고 최첨단 연구시설 등을 지역 기업과 공유하려는 제도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주고, 필요한 기술은 함께 개발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 체계다.
사실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쉽다. 이점을 고려해 UNIST 기업회원제는 기업을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해외시장 진출에 관해 조언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과 주기적으로 기술동향을 살피는 ‘기술교류회’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산학공동연구’를 실현하고, 정부・지자체 연구사업을 함께 수주해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장비가 갖춰진 UNIST 연구지원본부(UCRF)의 장비를 사용하는 비용도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김영배 전무는 “UCRF의 적극적인 분석 지원이 기업들에게 큰 보탬이 된다”며 “제품에 문제가 생겨도 연구인력이나 정밀분석 장비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던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해결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회원제가 힘 있게 추진되는 데는 UNIST 기업혁신센터의 열성도 한몫을 한다. 센터 직원들이 기업들의 목소리에 시종일관 귀 기울이며 새로 시작된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 전무는 “기업혁신센터를 주축으로 UCRF와 연구진들이 기업을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항상 든든하다”며 “UNIST의 노력은 지역의 기업들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작은 작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UNIST 기업회원제가 시작된 건 2015년 11월 말이다. 아직 이 제도를 통한 거대한 성과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삼기산업(주)의 경우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학생들과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더 크게 발전할 가능성을 엿봤다.
“2016년에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학생들과 연구를 진행해봤어요. 저희 기업에 필요한 과제를 주문하고 학생들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태였죠.”
삼기산업(주)은 현재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는 ‘잭의 원리를 이용해 신상품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잭은 무거운 것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데 쓰는 장치다.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할 때 아래쪽에 받치는 기기를 떠올리면 쉽다.
김 전무는 “학생들이 잭의 원리를 이용해 모니터 높낮이를 사용자의 체형에 맞게끔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제안했다”며 “ 회사에서 직접 제품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탁월한 아이디어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걸음마를 떼고 있는 기업회원제가 앞으로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촘촘하게 짠 프로그램들이 있어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울산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지역 전체의 발전도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울산 지역의 중소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제도 만들어주길 희망합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UNIST와 손발을 맞춰나간다면 대학과 기업, 지역이 모두 지속적인 성장과 상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